38년 돌본 뇌병변 딸 살해한 母, 법정구속 면해…“사회 지원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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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19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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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38년간 돌본 중증 장애인 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친모가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 선고를 받아 법정 구속을 면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9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 씨(64)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살인죄를 저질러 죄책이 무겁다”며 “아무리 피해자의 어머니라고 해도 딸의 생명을 결정할 권리는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A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복용하게 했고 잠이 든 상태를 확인하고 범행했다”며 “우울증 등 정신질환이 있었다고 해도 법률상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단, 재판부는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38년간 피해자를 돌봤다”면서 “피고인은 대장암 진단 후 항암치료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피해자의 모습을 보며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이 국가나 사회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오롯이 자신들의 책임만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피고인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뉴스1
A 씨는 지난해 5월 23일 오후 4시 30분경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뇌병변 1급 중증 장애인이던 30대 딸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A 씨는 범행 후 수면제를 먹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지만, 아파트를 찾아온 30대 아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조사 결과 A 씨는 태어날 때부터 뇌병변 판정을 받은 딸을 38년간 돌봐왔는데, 딸의 대장암 말기 판정에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뉴시스
A 씨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피고인은 일관되게 공소 사실을 전부 인정하면서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죄는 명백하지만 38년간 의사소통도 전혀 되지 않는 딸의 대소변을 받아 가며 돌본 점을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A 씨는 “그때 당시 제가 버틸 힘이 없었다”며 “딸과 같이 갔어야 했는데 혼자 살아남아 정말 미안하다. 나쁜 엄마가 맞다”고 눈물을 흘렸다.

A 씨의 아들은 “엄마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누나한테서 대소변 냄새가 날까봐 매일 깨끗하게 닦아줬고 다른 엄마들처럼 옷도 예쁘게 입혀주면서 키웠다”며 “누나가 암 진단을 받고 엄마가 많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A 씨의 아들은 울먹이며 “우발적 범행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생하며 망가진 엄마의 몸을 치료해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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