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한 혐의를 받는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 고위 인사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박사랑 박정길)는 20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원장 등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의 직접 출석 의무가 없어 김홍희 전 해경청장과 노은채 전 국정원 비서실장을 포함해 피고인 5명 모두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부인했다.
서훈 전 실장 측은 “사건 발생 후 공식 발표까지 보안 유지 조치가 이뤄졌지만 은폐를 위한 어떤 생각도 한 적 없다”며 “월북 관련해서도 특수정보(SI) 첩보에 포함된 내용이었고 의심할 정황이 발견돼 확인하는 과정이었지 조작하거나 없는 사실을 만들어 월북몰이를 했단 주장에 동의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서욱 전 장관 측도 “첩보 배포선을 제한하라고 했을 뿐 삭제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며 “‘월북을 했다’는 게 아니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걸 기재했을 뿐이다. 현재까지도 망인이 자진월북했는지 아닌지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함께 기소된 박 전 원장과 김 전 청장, 노 전 국정원장 비서실장 측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
서훈 전 실장은 해양수산부 공무원인 고(故)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사실을 고의 은폐(허위공문서 작성·행사)하고, 피격 사건을 왜곡해 발표하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건강 문제를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으며,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서욱 전 장관은 같은 날 직원들에게 서 전 실장의 ‘보안 유지’ 지시를 이행(허위공문서 작성·행사)하게 하고, 이씨의 피격·소각 관련 여러 첩보 등을 삭제하게 함으로써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다.
박 전 원장과 노 전 비서실장은 북한군에 피살된 다음 날인 2020년 9월23일 오전 1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한 뒤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씨의 피격·소각 등과 관련된 여러 첩보 및 보고서를 삭제하게 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를 받는다.
김 전 청장은 서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이씨의 피격 사망 사실을 알고도 이를 숨긴 채 실종상황에서 수색 중인 것처럼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을 받는다.
피고인들은 이날 재판에서 검찰이 방대한 증거를 일괄적으로 제출해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의 변호인은 “검찰이 다른 피고인의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를 전부 묶어서 제출해서 6만쪽이나 된다”며 “각 피고인과 관계되는 증거를 특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 측은 공범인 피고인들의 범죄행위가 큰 틀에서 하나의 사건인 만큼 증거들을 별도로 정리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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