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는 자양분을 흡수하는 뿌리… 정체성 확보 위해 꼭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5일 03시 00분


이상도 울산향토사연구회장
녹음기 들고 다니며 노동요 등 채록
설화집 ‘울산의 전설과 민요’ 발간
전국 유일의 ‘울산호적대장’ 만들어

울산의 대표적인 향토사 연구단체인 울산향토사연구회의 제10대 회장으로 최근 선임된 이상도 회장. 이 회장은 최근 동아일보와 만나 “우리의 정체성을 잃고 사는 가장 큰 원인은 교과 과목에서 국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울산의 대표적인 향토사 연구단체인 울산향토사연구회의 제10대 회장으로 최근 선임된 이상도 회장. 이 회장은 최근 동아일보와 만나 “우리의 정체성을 잃고 사는 가장 큰 원인은 교과 과목에서 국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향토사는 나무로 치면 자양분을 흡수하는 잔뿌리라고 할 수 있다. 잔뿌리가 충실해야 국사 라는 나무가 영양을 충분히 흡수하며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

울산향토사연구회 이상도 회장(70)은 최근 동아일보와 만나 “우리의 정체성을 잃고 사는 가장 큰 원인은 교과목에서 국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울산향토사연구회는 1986년 1월 11일 회원 11명으로 창립된 울산의 대표적인 향토사 연구 단체다. 현대 울산 향토사 연구의 1세대로 불리는 문헌사 중심 연구자인 고 이유수 선생과 야사 중심의 연구자인 고 김석보 선생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창립회원이기도 한 이 회장은 6대(2011∼2012년)에 이어 지난해 12월 정기총회에서 10대 회장으로 재선임됐다. 이 회장은 “회원이 많으면 산만해질 우려가 있어 30명 이하로 회원 수를 유지하고 있다”며 “매월 강론과 토론, 답사 등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의 연구 성과를 묶어 매년 ‘향토사보’를 발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33집을 발간해 전국 주요 도서관과 울산의 250여 개 학교, 개인 연구자 등에게 무료로 보내 울산의 정체성을 알리고 있다.

이 회장은 “울산의 향토사 연구는 1749년 울산도호부사 권상일과 울산의 사족에 의해 편찬에 착수한 ‘학성지’가 출발이며, 울산 향토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것은 광복 이후”라고 말했다.

울산 남구 여천동이 고향인 이 회장은 집터가 울산공단에 편입되면서 1970년 철거됐다. 고향 집터가 사라진 게 향토사를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회장은 “스무 살에 고향을 떠나오면서 마당의 흙을 한 봉지 담아와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며 “힘들 때 이 봉지를 꺼내 고향 흙냄새를 맡으면 기운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배낭에 커다란 녹음기를 넣어 등산을 다녔다. 산에서 만난 동네 어르신들에게서 예전 노동요나 옛이야기를 직접 녹음하고 기록했다. 이렇게 수집한 노동요 등 민요를 모아 ‘울산의 소리’라는 음원집을 내고 이를 울산시 홈페이지에 기증했다. 설화는 ‘울산의 전설과 민요’로 발간했다.

이 회장의 노력으로 새롭게 발견된 사실(史實)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시대 지방 각 읍의 사료이자 정책 자료인 읍지를 발견한 것이다.

이 회장은 “1978년 발간된 ‘울산울주향토사’에 울산읍지가 정조 10년(1786년)본 한 권만 소개되어 있어 의아했다”며 “서울대 규장각을 중심으로 3년을 뒤진 끝에 울산읍지 7종을 새로 찾아냈다”고 말했다.

당시 전산 자료 저장 시스템이 없어 이 회장은 이 읍지를 일일이 복사해 울산으로 가져왔다. 현재 울산에 있는 울산읍지는 대부분은 이 복사본을 영인한 것이라고 한다.

또 전국에서 거의 완전하게 보존된 호적대장은 ‘울산호적대장’이 유일하다. 이 회장은 “방대한 양의 마이크로필름을 규장각의 특별 배려로 입수하여 두 달 월급을 모아 영인했다”며 “울산의 옛 지명과 현재 울산 충의사에 봉안되어 있는 임란공신을 다수 찾아내는 성과를 거둬 보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울산의 지명 유래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그는 “삼국시대 초 신라는 주변의 크고 작은 나라를 섭렵하였지만 우시산국과 거칠산국이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며 “울산 웅촌면을 중심으로 존재했던 이 우시산국의 한자 于는 이두에서 ‘ㅜ’로 발음되고, 尸는 ‘ㄹ’로 발음되니 바로 ‘울’이 되고 뒤의 山과 합쳐 ‘울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현재 울산교육공무원연수원과 부산공무원연수원, 울산대 사회교육원 등에서 울산 향토사를 강의하고 있다. ‘울산광역시사’ ‘울주군지’ 집필에도 참여했다. 이 회장은 “울산은 기후가 온난하고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해산물이 있어 항상 넉넉했다”며 “특히 울산은 고대부터 철과 소금의 산지로 국력에 결정적인 힘을 제공해 왔는데, 그 영향은 오늘날의 산업도시를 이룰 수 있는 기틀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이상도 울산향토사연구회장#향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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