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의 30평대 초반 아파트에 사는 변모 씨(44)는 “최근 지난해 12월분 관리비 고지서를 받았는데 처음엔 뭔가 잘못된 줄 알았다”며 “전달(36만6830원)의 2배 이상이라 관리실에 문의했더니 난방비가 올라 다들 난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관리비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80%가량 올랐다.
변 씨는 “고지서 내역을 보니 난방비만 50만 원이 넘더라”며 “한파는 심해지는데 방학을 맞은 아이 둘이 있다 보니 난방을 안 할 수도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전국 곳곳에서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하소연이 빗발치고 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주부 신모 씨(55)는 “지난해 12월 관리비 명세서를 보니 난방비가 전달보다 10만 원가량 더 나왔다”며 “보일러를 아껴가면서 틀었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명절에 모인 가족, 친지들 사이에서도 ‘겨울 나기가 걱정’이라는 하소연과 함께 난방비 줄이는 노하우가 공유되는 모습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관리비가 부담돼 집에서 내복과 조끼를 입고 살았는데 난방비가 3배나 올랐다”는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난방비가 오른 것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급등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앙·개별난방 가구에 부과되는 도시가스 요금은 최근 1년 동안 38.4% 올랐다. 전기요금도 지난해만 3차례 합쳐서 20%가량 올라 ‘전기장판 틀기도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취약계층은 난방비 부담의 직격탄을 맞았다. 설 연휴 직전 화재 피해를 입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 김길환 씨(61)는 “지난해 초 기름보일러에 사용하는 등유 값이 한 달에 17만 원 안팎이었는데 올겨울에는 2배 가량으로 늘었다”며 “원래 50만, 60만 원이었던 한 달 생활비가 기름값 때문에 60만, 80만 원이 되니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서울역 인근 동자동 쪽방촌에 사는 정모 씨(75)는 전기장판 한 장에 의지해 한파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정 씨는 “보일러가 고장 났는데 수리 비용도 들고 난방 요금도 인상됐다고 해 못 고치고 있다”며 “전기요금도 올랐다고 해서 옷을 두툼하게 입고 전기장판을 아껴 쓰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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