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 문·이과 빗장 푼다는데…“효과 미미할 것”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26일 11시 39분



성균관대, 서강대 등이 예비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이 치를 대학 입시 정시 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확률과 통계’, ‘사회탐구’ 응시자의 자연계 지원을 허용했다.

최근 교육계 관심인 ‘문·이과 통합형’ 수능 부작용을 줄이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대학가와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에 따르면, 성균관대는 2024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에서 의예과, 약학과, 공학계열이 포함된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수학 선택과목 응시 조건을 폐지했다.

통합형 수능의 수학 선택과목인 ‘미적분’, ‘기하’ 뿐만 아니라 ‘확률과 통계’를 치러도 성대 의예과에 정시 원서를 접수해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탐구 영역에서도 조건을 완화해 2개 과목 중 최소 1개는 과학탐구 과목을 응시하도록 했다. 사회탐구+과학탐구 조합으로 수능을 치러도 된다는 것이다.

서강대도 2024학년도 정시 일반전형에서 자연계 수학과 탐구 영역의 응시자격 조건을 해제했다. 계열과 상관없이 어떤 과목을 택해도 지원 가능하다.

다만, 자연계열 지원자가 과학탐구 선택과목 8개 중 고교 일반선택이 아닌 진로선택 과목을 택하면 0.5점의 가산점을 준다. 해당 과목은 ‘물리Ⅱ’, ‘화학Ⅱ’, ‘생명과학Ⅱ’, ‘지구과학Ⅱ’다. 이같은 과탐Ⅱ 과목은 과탐Ⅰ 과목보다 심화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경희대는 수능 응시영역 조건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부작용 완화에 나선 모양새다. 한 학과 안에서 인문과 자연을 분할 모집하는 한의예과, 지리학과, 간호학과, 건축학과에서 인문계열 모집단위로 지원할 경우 수학 확률과통계, 사회탐구를 치러야만 한다.

비슷한 방식을 취하고 있는 곳이 서울시립대다. 국어국문학과, 철학과 등 인문계열 일부 학과에서 사회탐구 과목을 응시해야만 지원을 허용하고 있다.

신입생 40%를 정시로 선발해 비중이 타 대학보다 높은 서울 건국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 등은 변함 없이 수능 확률과 통계, 사회탐구 응시자의 주요 이공계 학과 지원을 막고 있다.

앞서 11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시 선발 비중이 40%를 넘는 서울 주요 12개 대학 입학처장과 만나 수능 선택과목에 따른 불리함이 생기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올해 예비 고2가 치를 2025학년도 입시부터 대학들이 의과대학에 확률과 통계, 사회탐구 응시자의 지원을 허용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고등교육법상 대입전형 사전예고제에 따라 지난해 4월말까지 각 대학이 공고했던 2024학년도 대입전형시행계획도 때늦은 관심을 받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같은 주요 대학의 수능 응시 과목 조건 완화가 이른바 ‘통합형 수능 부작용 보완책’이 되기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이론적으로는 지원 범위 확대에 해당하지만, 여러 대학의 동시적인 선택이 아니라 일부 대학에 제한될 경우 그 효과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의대 때문에 같은 대학 내 인문-자연 지원 가능 인원이 달라지기 때문에 계열 파괴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통합형 수능에서의 유·불리 문제는 결국 그 해 수능 채점 결과가 나와 봐야 하는 것이고, 커트라인은 매년 바뀌기 때문에 모든 대학이 일제히 ‘문·이과 장벽’을 허물지 않는 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는 자연계열에서 원래는 반드시 과탐Ⅱ 중 1개를 택해서 치러야만 지원할 수 있었지만, 2024학년도 정시 전형에서는 이를 폐지했다.

예를 들어 탐구를 ‘물리학Ⅰ’+‘화학Ⅰ’ 조합으로 응시한 수험생은 서울대 자연계에 갈 수 없었지만 올해 예비 고3부터는 지원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과탐Ⅱ 1개를 치르면 3점, 2개 모두 과탐Ⅱ라면 5점의 가산점을 줘 과탐Ⅱ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특히 수학 확률과 통계, 사회탐구 과목 응시자는 여전히 자연계 주요 학과에 지원할 수 없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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