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병역브로커와 병역면탈을 의뢰한 피의자 15명, 병역면탈을 적극 도운 부모나 지인 등 공범 6명을 기소했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병역면탈 피의자 가운데는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 프로게이머 출신 명문팀 소속 코치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서울남부지검․병무청 병역비리 합동수사팀은 “병역브로커 김모 씨(37․수감 중)를 구속 기소하고 그에게 병역면탈을 의뢰한 면탈자 15명, 병역면탈을 적극 도운 부모나 지인 등 공범 6명을 병역법위반,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이 기소한 병역면탈자 가운데는 롤 프로리그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명문팀 T1의 e스포츠 아카데미 소속 코치 A 씨(26)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게이머 출신인 A 씨는 병역을 정상적으로 이행하면 자신의 커리어가 망가질 것을 두려워해 병역 감면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A 씨의 범행에 구단은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A 씨 외에 골프선수 B 씨(25)와 의사(공중보건의) C 씨(30) 등도 검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적발한 병역면탈자들은 김 씨가 제공한 ‘뇌전증 연기 시나리오’대로 뇌전증 증상을 연기하고 의료기관으로부터 허위 진단서와 약물을 처방받아 관련 서류를 병무청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들은 뇌파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도 증상만으로 진단받을 수 있는 뇌전증의 특성을 악용했다.
김 씨는 인터넷 병역상담카페를 개설하고 병역의무자들을 유인한 뒤 뇌전증 연기 시나리오를 알려주는 대가로 총 2억610만 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군면제가 시급한 의뢰인에게는 허위 119신고로 3차 병원 응급실 진료를 받게 하고, 여유가 있는 의뢰인들은 1, 2차 병원 진료를 받게 하는 등 맞춤형 허위 시나리오를 제공했다고 한다. 그는 의뢰인들을 대상으로 “뇌전증으로 5급(전시근로역) 판정을 받지 못하면 보수를 전액 환불해주겠다”는 내용의 자필 계약서를 써주며 의뢰인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검찰은 병역면탈자들을 도운 가족이나 지인 중 브로커와 병역면탈 계약을 체결하거나 대가를 지급하고, 허위 목격자 및 보호자 행세 등을 하며 범행에 적극 가담한 공범 6명도 병역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김 씨와 지난달 21일 구속 기소한 또 다른 병역브로커 구모 씨를 통해 병역을 면탈한 용의자가 더 있다고 보고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병역면탈은 입시비리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공정과 통합을 저해하는 중대범죄이므로 그 실체를 규명하여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철저한 수사와 공소유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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