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18년째 3058명
정부 “밀어붙이기 대신 요구 수용”
의료계 “기피과목 처우 개선 먼저”
국내 의사 수 OECD 70% 수준
소아과 외과 등 필수의료 공백 해소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26일 처음으로 마주 앉았다. 핵심 쟁점은 18년째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 문제다. 정부는 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하려면 반드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고 보는 반면에 의료계는 의사 처우가 개선되면 해결될 문제라며 반대하고 있다.
● 정부 “강공 대신 협상”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만나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의료계와의 협의체’ 첫 회의를 열었다. 상견례 차원의 회의라 구체적인 논의는 오가지 않았지만 정부는 앞으로 이 협의체를 통해 의대 정원 확대까지 논의해 나갈 방침이다.
관건은 정부가 의료계의 반대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달렸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의료계 요구를 수용하며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강공’으로만 밀어붙이다가 (의대 정원 확대에) 실패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인프라 확대 없이 의대 정원을 늘리면 의료진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기피 과목에 대한 처우 개선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일은 힘든데 처우가 열악하다 보니 필수의료 과목을 기피할 뿐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26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공의의 52%는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기피 과목인 흉부외과 전공의는 100%가 주당 80시간 이상 격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의료계 요구에 따라 공공정책수가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정책수가제는 심혈관, 분만 등 필수의료 진료행위에 대해 수가(건강보험으로 병원에 지급되는 진료비)를 대폭 인상해 주는 제도다. 또 의협은 위험 부담이 큰 의료행위 도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의사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 처벌을 면제해주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 내부적으로는 ‘받아들일 만한’ 요구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 국내 의사 수, 선진국의 70%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5명(2019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3.6명의 70% 수준이다. 이에 역대 정부는 꾸준히 의대 정원 확대를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의료계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그동안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로 대표되는 필수의료 과목에서 의사가 점점 부족해졌다. 올 상반기(1∼6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정원은 207명이지만 충원율은 15.9%(33명)에 그쳤다.
지난 정부는 2020년 7월 “의대 정원을 10년간 400명씩, 총 4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가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적이 있다. 당시 전공의들은 파업에 돌입했고, 의대생들은 그해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의료 마비 우려가 커지자 결국 정부는 백기를 들고 계획을 철회했다. 26일 회의에서 조 장관은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국민 건강 증진과 보건의료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루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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