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폐지 팔아…인천 쪽방촌 주민들 15년째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7일 19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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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 주민들이 모금함에 성금을 넣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2008년부터 매년 12월마다 성금을 모아 15년째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한 성금은총 2250만 원에 달한다. 인천쪽방상담소 제공.
지난해 12월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 주민들이 모금함에 성금을 넣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2008년부터 매년 12월마다 성금을 모아 15년째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한 성금은총 2250만 원에 달한다. 인천쪽방상담소 제공.

“저도 생활하기 빠듯하지만,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분좋더라고요.”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김향자 씨(80)는 27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씨가 사는 쪽방촌 주민들은 2008년부터 매년 12월이 되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하고 있다. 넉넉하지 않은 주머니 사정에도 더 힘든 사람들을 돕겠다고 마음을 모아 온 게 벌써 15년째다.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 주민들이 26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성금을 전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2008년부터 15년째 성금을 모아 이곳에 기부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 주민들이 26일 서울 중구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 성금을 전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주민들은 2008년부터 15년째 성금을 모아 이곳에 기부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27일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모금회)에 따르면 쪽방촌 주민들은 지난해 12월에도 성금 254만 원을 모았고, 26일 모금회를 방문해 이 돈을 전달했다. 주민들이 2008년부터 모금회에 전달한 성금은 총 2250만 원에 달한다. 김 씨도 2008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모금에 참여했다고 한다.

쪽방촌 주민들의 나눔은 “도움만 받기 미안하다”는 한 주민의 말에서 시작됐다. 만석동 쪽방상담소 초대 소장이었던 이준모 해인교회 목사는 “한 주민이 ‘더 어려운 사람도 많을 텐데 저희만 이렇게 도움받아 미안하다’고 했다. 중요한 건 돈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생각에 주민들과 뜻을 모아 적은 금액이라도 나누기로 했다”고 돌이켰다.

이후 쪽방촌 주민들은 매년 12월마다 폐지 또는 고물을 주워 판매하거나 쪽방상담소 공동작업장에서 볼펜과 샤프 등을 만들며 거둔 수입을 상담소 모금함에 넣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모금 소식이 퍼지면서 인근 계양구 계산동 무료급식소를 찾는 노인과 노숙인쉼터의 노숙인도 모금에 동참하게 됐다. 박종숙 인천쪽방상담소장은 “지금은 모금을 시작하는 12월이 되기 한참 전부터 언제 모금하는지 물어보는 분들도 계신다”며 웃었다.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공동작업장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볼펜을 조립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런 작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 중 일부를 모아 매년 12월 성금을 낸다. 인천쪽방상담소 제공.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공동작업장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볼펜을 조립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런 작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 중 일부를 모아 매년 12월 성금을 낸다. 인천쪽방상담소 제공.

고물가와 ‘난방비 폭탄’ 때문에 쪽방촌도 힘들지만 주민들은 기부를 멈출 생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월 4만5000원씩 나오던 난방비가 이제는 전보다 난방을 덜 해도 월 6, 7만 원이 나온다”면서도 “지출이 늘면서 더 많이 기부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쪽방촌에서 12년째 살고 있다는 이정성 씨(81)도 “1000원씩이라도 모아서 모금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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