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개혁]
연금개혁 미루다가 고갈 2년 빨라졌다
국민연금 기금 현행대로 운영땐 2041년 적자, 2055년 완전 고갈
5년전 전망보다 고갈 2년 당겨져… 출산율 따라 더 빨리 바닥날 수도
국민연금이 현행대로 운영되면 연금 기금이 2041년부터 적자로 돌아선 뒤 2055년 완전히 바닥나는 것으로 예측됐다.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는 합계출산율과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5년 전 전망치(2057년)보다 2년 앞당겨졌다. 정부가 연금 개혁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국민연금 재정의 고갈 시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는 2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재정추계 시산(試算)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기금 소진 시점 등을 전망하는 추계를 실시하고 이를 토대로 연금 개혁안을 마련한다.
올해 5차 재정추계 결과 국민연금 기금(약 915조 원)은 2041년 적자가 시작돼 2055년에 기금이 완전히 소진되는 것으로 예상됐다. 2018년 발표된 4차 재정추계보다 적자 시점과 기금 고갈 시점이 각각 1년과 2년 앞당겨진 것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전병목 재정추계전문위원장은 “인구구조 변화가 (재정이 악화된) 직접적인 요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출산율 하락으로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 수가 감소하는 반면 기대수명(84.3세)이 증가하면서 국민연금을 받는 수급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는데도 국민연금 개혁을 폭탄 돌리듯 미뤄 오면서 연금 재정이 악화된 것이다.
당초 정부는 3월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하려 했지만 연금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중간 추계 결과를 두 달 앞당긴 27일 발표했다. 문제는 3월에 발표될 최종 추계 결과가 이날 발표된 중간 추계 결과보다도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잠정 재정추계에서 핵심 변수인 출산율을 다소 낙관적인 수치로 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잠정 재정추계를 위한 모형은 합계출산율이 1.21명(2046년)으로 회복된다고 가정한 ‘중위’ 시나리오를 활용했다. 하지만 최종 재정추계는 최악의 출산율(1.02명)을 가정한 ‘저위’ 시나리오까지 포함해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반등할 마땅한 계기가 없는데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이번 잠정 추계를 바탕으로 이달 말까지 개혁안 초안을 마련하고 4월 말까지 국회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국민연금 2055년 고갈” “보험료율 17∼24% 돼야 재정 안정… 2060년엔 100명 돈내 125명 감당” 연금특위, 주말에 개혁 초안 논의… 공무원연금 개혁 당겨 올해 착수
“국민연금 개혁을 미룬 결과 미래세대가 부담해야 할 ‘연기 비용’이 5년 전보다 늘어났다. 이는 갈수록 더 불어날 수밖에 없다.”(전병목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 위원장)
27일 발표된 5차 재정추계에서는 연금기금 고갈 시점과 미래에 예상되는 보험료율 등 핵심 지표들이 5년 전보다 악화됐다. 4차 추계(2018년)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보험료를 더 내는 연금개혁초안에 대해 “국민 의견을 반영하라”며 재검토 지시를 내렸고, 개혁은 무산된 바 있다. 재정추계전문위는 당장 연금재정을 안정시키려면 현재 보험료율(9%)을 17∼24%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봤다. 이번 정부에서조차 연금개혁에 실기한다면 다음 세대의 부담은 더욱 불어날 수밖에 없다.
● 연금 개혁 효과 내려면 시기가 관건
이번 재정추계 결과에는 연금 개혁 시기에 따른 다음 세대의 부담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가 포함됐다. 재정추계위는 70년 뒤인 2093년 한 해 동안 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만큼 기금을 남겨 두려면 보험료를 언제,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를 추산했다. 보험료율 외에 소득대체율이나 가입 및 수급 연령 등은 현재에서 달라지지 않는다고 가정했다. 보통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할 때는 70년 단위로 재정안정성을 가늠한다.
만약 2025년 연금 개혁을 단행한다면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17.86%로 올려야 한다. 다시 연금 개혁에 실패해 10년 뒤인 2035년 연금개혁을 하게 되면 보험료율을 20.73%까지 올려야 한다.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이 3%포인트 오르는 것이다.
이를 2020년 통계청의 임금근로자 평균 월 소득(320만 원)에 대입해 봤다. 2025년 연금 개혁이 이뤄진다면 월 57만1520원(회사와 근로자가 절반씩 나눠 부담)을 보험료로 내야 하지만, 2035년 연금개혁을 하면 월 66만3360원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개혁이 10년 늦어진 대가로 1인당 연금 보험료가 매달 9만 원 이상 증가한다.
● 2060년 보험료 30% 육박할 수도
국민연금은 연금을 쌓아 뒀다가 주는 ‘적립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약 915조 원에 달하는 기금이 고갈되면, 그해 거둔 보험료로 그해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전환될 수 있다. 영국처럼 부과식을 택한 나라가 있지만 이렇게 되면 미래 세대는 막대한 보험료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추계위에 따르면 기금 고갈(2055년) 이후인 2060년 부과식으로 전환됐을 때 예상되는 보험료율(부과방식비용률)은 29.8%다. 현재 보험료율 9%의 약 3.3배에 달한다. 월급이 100만 원이라면 연금보험료로 29만8000원(개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을 내야 한다. 4차 추계 당시에는 26.8%로 예측됐는데 이때보다 3%포인트 더 올랐다.
이처럼 기금 고갈 시점이 앞당겨지고, 예상되는 보험료율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연금 가입자는 줄고 수급자가 늘어나서다.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 이후인 2060년이면 가입자 100명이 수급자 125명 이상을 책임져야 한다. 현재는 국민연금 가입자 100명이 수급자 24명을 책임지고 있는데 부담이 5.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 국회 연금특위 주말 동안 초안 확정
재정추계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논의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 낼지’(보험료율), ‘더 받을지’(소득대체율), ‘더 오래 낼지’(의무가입연령), ‘더 늦게 받을지’(수급 개시 연령) 등을 얼마나 조정해,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더 내고 더 받는 안’ ‘더 오래 내고 늦게 받는 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국회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27, 28일 이틀 동안 회의를 거쳐 연금개혁안 초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동을 걸기 위해 장기 재정 추계를 당초 계획(2025년)보다 2년 앞당겨 올해 하기로 했다. 인사처는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올해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김승호 처장은 “지난해 8월 연금 전문가 20여 명이 포함된 내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등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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