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 후임 놓고 핵심 권력 힘겨루기?

  • 뉴시스
  • 입력 2023년 1월 29일 07시 21분


최근 경남 합천 해인사 주지 현응스님이 임기를 8개월 남겨두고 주지직에서 물러나게 된 실질적 배경을 두고 불교계 핵심 권력간 ‘힘 겨루기’ 형태로 치닫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고 있다.

29일 불교 시민단체들의 연합기구인 정의평화불교연대 입장문에 따르면 “법보종찰 해인사에서 성추문과 세력다툼, 골프, 폭력 등 연일 낯부끄러운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면서 “세간에서는 대한불교조계종 해인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의 배후로 전 총무원장이 관련돼 연이은 폭로 또한 순수하게 쇄신과 정화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해인사를 손에 넣기 위한 술책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언급했다.

최근 불교계 매체를 시작으로 해인사 고위직 승려들이 겨울수행기간중 태국 골프여행을 한 것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고 해인사 차기 주지를 추천하는 해인총림 임회 과정에서도 비대위측과 집행부 간의 충돌로 종무소 직원 1명이 큰 부상을 입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를 두고 정의평화불교연대는 “지금이라도 성추문과 골프에 관련 당사자들을 낱낱이 조사하고 계율에 따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며 “해인사 소속 승려 모두가 참여하는 산중총회(山中總會)를 열어 여법하게(불교 창시자 교훈에 맞게) 새로운 주지를 선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해인사는 주지 추천을 위해 임시회의를 열어 현응스님과 함께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 비대위측 성공스님의 산문출송(절에서 내쫒음)을 결정하고 원타스님을 차기 주지로 재추천했다.

앞서 조계종 총무원은 해인사로부터 원타스님을 차기 주지로 추천한다는 공문을 받았으나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반려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항간에서는 조계종 총무원이 미는 차기 주지는 따로 있다는 풍문도 흘러나왔으나 총무원측은 부인하는 입장이다.

최근 뉴시스와 통화에서 해인사 관계자는 “(최근 해인사 사태를 보며) 차기 주지 임명을 둘러싸고 총무원과 해인총림간 힘 겨루기로 볼 수도 있다”며 “해인사에도 거주하지 않는 비대위 관계자들이 해인총림을 흔드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 26일 서울중앙지법이 현응 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여성에게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11단독부(재판장 심현근)은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에 대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의 범죄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징역 1년6월형을 선고했다. 다만 이 여성이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이유로 형 집행을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법원은 또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현응 스님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주장은 허위”라며 “피고(40대 여성)가 이 사건 게시물(성추행 내용)을 인터넷에 게시한 날부터 전후 3일간 A스님과 41회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밝혀 현응 스님과 대척점에 있었던 인물의 개입이 있었다고 추정되는 대목이다.

또 이 여성이 2015년까지 A스님이 운영하는 재단법인에서 근무한 사실과 또 모 불교매체의 편집장을 지낸 B씨가 2021년 3월 이 사건의 4차 공판에 출석해 “A스님이 모 불교매체 기자를 불러 현응 스님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며,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한 사실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어찌됐든 현응 스님은 비구니와의 성추문이 외부로 드러나자 총무원에 이달 중순께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총무원은 이를 보류하고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위원장으로 하는 징계위는 교육원장, 포교원장, 교구본사 주지, 중앙종회의원을 포함한 9명 이내로 구성됐다. 재적위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징계가 의결된다.

조계종 중앙징계위원회는 성추문 논란에 휩싸인 현응 스님의 징계를 오는 2월 3일에 회부하기로 했다.

한편 해인총림 방장(최고지도자) 원각스님은 지난 26일 중앙징계위원회 회의에 앞서 선용스님, 원택스님, 원타스님을 통해 총무원장 진우스님에게 ”사직한 현응스님 후임 주지 임명과 현응스님에 대한 종단 차원의 징계문제는 분리해서 처리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합천=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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