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기록적 한파에 난방수요 급증
전기료 이어 버스-택시비도 올려
공공요금 인상, 서민 직격탄 우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 씨(39)는 다음 달 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아 들기가 벌써부터 겁이 난다. 지난해 12월엔 난방을 그리 많이 하지 않았지만 올해 1월 고지서 금액에 충격을 받았다. 4인 가족인 김 씨 가정의 1월 난방비는 25만 원으로 예년(15만 원)보다 70% 가까이 뛰었다. 김 씨는 “지은 지 30년 된 아파트라 난방 효율이 떨어지는 데다 두 자녀가 아직 어려 최근 한파 때 난방을 많이 했기에 2월 고지서 받기가 두렵다”며 “월급 빼고는 각종 요금이 줄줄이 올라 다른 지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이달 난방비 부담이 급증한 가운데 새해 들어 기록적 한파로 인해 2월에는 더 큰 ‘난방비 폭탄’이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1∼3월) 전기료 인상을 시작으로 버스, 전철, 택시, 상하수도 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도 줄줄이 올라 서민 경제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인상된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은 1년 새 38.5% 올라 이달 고지서에 반영됐다. 도시가스 요금과 연동돼 있는 온수 및 난방요금(열 사용요금)도 같은 기간 세 차례 인상돼 37.8% 올랐다. 2월 난방비는 한파로 인한 1월 난방 수요가 반영돼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들어 28일까지 서울 평균기온은 영하 1.7도로 지난해 12월(―2.8도)보다 높지만,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한파가 더 자주 엄습했다. 한국가스공사 관계자는 “통상 한파가 1월과 2월 초에 집중되다 보니 난방 수요가 1월에 가장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택시 기본료 내달부터 4800원… 버스요금도 인상 추진
공공요금 줄인상 예고
서울 8년만에 버스-지하철요금 4월부터 300∼400원 올리기로 물가상승 압박 한층 거세질 전망
가스요금은 올 1분기에 동결됐지만,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13.1원 올랐다. 인상 폭 기준으로 1981년 이후 최대다. 특히 전력수요 성수기인 여름(6∼8월)과 겨울(11∼2월)에 적용되는 산업용과 일반용 전기요금은 이보다 kWh당 20∼25원이 더 붙는다.
여기에 각종 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을 잇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비는 1년 전보다 9.7%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16.8%)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지난해 유가 폭등으로 교통비 중 개인운송장비 운영 항목이 15.9%나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올해는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교통비 중 운송 서비스 항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8년 만에 버스 및 지하철 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올 4월부터 300∼400원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경남과 울산도 버스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고 부산과 전남, 대구 등은 다른 지자체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택시 요금도 서울의 경우 다음 달 1일 오전 4시부터 중형택시 기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른다. 기본 거리도 현재의 2㎞에서 1.6㎞로 줄어든다. 모범 및 대형택시는 3㎞당 요금이 6500원에서 7000원으로 인상된다. 대구는 이달부터 3300원에서 4000원으로 택시 기본요금을 올렸고, 대전도 3300원인 기본요금을 상반기(1∼6월) 중 인상한다. 경기,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충북, 제주 등은 택시 요금 인상을 위한 용역을 진행하고 있거나 올해 중 인상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상하수도 요금과 쓰레기 종량제봉투 가격도 오른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t당 480원이던 가정용 상수도 사용단가를 580원으로 올렸다. 인천 울산 대전 세종도 상하수도 요금을 인상할 계획이며, 나머지 지자체도 인상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경기, 전남, 강원, 충북 등은 도내 일부 기초지자체에서 상하수도 요금 인상을 확정했거나 추진 중이다. 경기, 전남, 강원에서는 기초지자체들이 종량제봉투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안성시는 종량제봉투 가격을 20L 기준 560원에서 660원으로 올린다.
올해 기업들의 제품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29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금융사를 제외한 국내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원자재 가격 전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2.7%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하락을 전망한 기업들은 28.0%에 그쳤다. 기업들은 원자재값 상승 요인으로 우크라이나 전쟁(28.1%)과 미국발 긴축에 따른 강달러 지속(26.6%)을 꼽았다. 또 팬데믹 이후 원자재 수요가 확대된 탓(28.1%)에 비용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봤다.
난방비 폭탄에 이어 공공요금 인상, 원자재 가격 인상이 겹치며 물가 상승 압박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통상 1분기 소득이 가장 낮은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현재와 같이 통계가 개편된 2019∼2021년 기준 소득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1분기 필수 생계비는 평균 가처분소득의 92.8%를 차지했다. 같은 기준 2분기(76.4%)나 3분기(80.7%), 4분기(81.6%)보다 높다. 반면 소득 1분위 가구의 1분기 월평균 가처분소득(67만6794원)은 2분기(81만4376원)보다 낮았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