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 ‘내는 돈 인상’엔 공감대
받는 돈 ‘그대로’ ‘인상’ ‘인하’ 갈려
복지부 “15% 인상 정부안 아니다”
대통령실 “시간 갖고 신중하게 검토”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논의하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초안 합의에 진통을 겪으며 단일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민간자문위(1월)→국회 연금특위(4월)→정부(10월) 순으로 이어지는 연금개혁 시간표가 차질을 빚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보건복지부도 국민연금 개혁 속도 조절에 나서는 기류다. 지난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연금개혁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연금개혁, 속도 조절 나선 정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30일 오후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국민연금 보험료율 15%의 단계적 인상 방안은 민간자문위에서 논의 중인 연금개혁 방안 중 하나”라며 “정부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회와 함께 연금개혁의 한 축을 맡은 정부가 자문위 검토안에 바로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언론 보도에 따라 국민들이 마치 보험료율 (15%)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오해하실 수 있을 것 같아 급히 브리핑을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물가 추세가 계속되고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이 줄줄이 올라 국민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연금 보험료율 인상안까지 이슈가 되는 것에 정부가 부담을 느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올 3월 장기재정추계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연금개혁특위 운영을 거쳐 10월 국민연금 제도개혁안을 발표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연일 노동개혁을 정부·여당이 강조하는 것과 달리 연금개혁에 대한 언급은 조심스럽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연금개혁의 경우 국민적 합의가 중요한 만큼 더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우선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에 대해 먼저 가닥을 잡는 분위기”라며 “연금개혁은 시간을 갖고 국민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현 정부든, 다음 정부에서든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거버넌스’를 만들어두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사실상 연금개혁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 4개 안 두고 자문위 격론
민간자문위는 ‘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 ‘더 내고 더 받는 안’ ‘더 내고 덜 받는 안’ 등 총 4가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서 조 장관이 언급한 ‘15% 인상안’은 민간자문위가 테이블에 올린 4가지 개혁안 중 하나다.
30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간자문위 내부에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각각 ①15%-40% ②15%-50% ③15%-45% ④12%-30%로 놓고 논의가 진행됐다. 당초 민간자문위는 이달 말까지 연금개혁 ‘국회안’ 초안을 만들고자 했으나 27, 28일 양일간 끝장 토론을 거치고도 단일안을 내놓지 못했다.
현재 월 9%인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큰 방향성에는 16명의 민간자문위 위원 사이에 이견이 없다. 쟁점은 현재 평균 월 소득의 40%인 소득대체율, 즉 받는 연금을 함께 올릴 것인지 여부다.
27, 28일 국민연금공단 서울남부지역본부에서 열린 토론에서 연금 재정 안정성을 중시하는 위원들은 소득대체율을 유지한 채 보험료율만 15%로 올리는 안을 들고 왔다. ‘더 내고 그대로 받자’는 방향성을 제시한 것. 16명의 위원 중 10명은 이 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후 소득 보장 강화를 강조하는 위원들은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되 소득대체율도 50%로 인상하는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내놨다.
두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자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을 두 주장의 중간점인 45%까지만 올리자는 절충안이 나왔다. 여기에 보험료율을 12%까지만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오히려 30%로 더 낮추자는 안도 새롭게 부각되면서 어떤 안에도 합의하지 못했다.
다만, 민간자문위는 현재 ‘만 60세 미만’인 국민연금 의무납입연령(연금을 내는 나이)을 수급개시연령(연금을 받는 나이·2033년 기준 만 65세)과 일치시키자는 데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을 받기 직전까지는 소득이 있는 한 계속 보험료를 내도록 해 노후에 받을 연금 액수를 늘리겠다는 취지다.
● 2월 초 막판 합의 시도
민간자문위 구성 초기 위원들 사이에선 “개혁안 초안이 하나의 합의된 안으로 도출돼야 한다”는 인식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연금개혁에서 여러 안이 병렬적으로 제시될 경우 표심 이반을 우려한 국회에서 강도 높은 연금개혁안을 선택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간자문위는 우선 31일 연금특위에 현재 논의 경과를 보고하는 한편 다음 주에 한 차례 더 회의를 열어 막판 합의를 시도하기로 했다. 다만 끝장 토론마저도 위원들 간의 선명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마무리된 상황에서 극적으로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부터 방향을 잃으면서 2018년 지난 정부에서 4차 재정계산 결과와 함께 4가지 개혁안을 제시했다가 개혁이 무산된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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