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그룹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수감 중)이 2019년 말 쌍방울 임직원 40명을 동원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약 37억 원)를 ‘쪼개기 밀반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임직원들을 통해 밀반출한 외화는 김 전 회장의 최측근에 의해 중국 현지에서 수거돼 북한 측에 건네졌다고 한다.
1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영남)는 김 전 회장이 2019년 11월 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쌍방울 임직원 40명을 동원해 항공편으로 총 300만 달러를 중국 선양으로 밀반출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이 300만 달러가 이 대표의 방북 추진을 위한 비용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개인당 3만∼9만 달러(약 4000만∼1억1000만 원)를 화장품 케이스나 책 사이에 끼워 밀반출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의 ‘금고지기’로 불렸던 김모 재경총괄본부장이 국내에서 밀반출할 금액을 정산해 임직원들에게 나눠줬고, 밀반출된 자금은 방모 쌍방울 부회장(수감 중)이 중국 선양에서 수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 부회장은 이 자금을 선양에 있는 한 호텔에서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에게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해 1월에도 쌍방울 임직원 36명이 역시 김 전 회장의 지시를 받고 같은 수법으로 북한 황해도 스마트팜 시범농장 조성비용 200만 달러(약 25억 원)를 북측에 송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이 관세 당국에 적발돼 과태료를 물기도 했다고 한다. 이 자금 역시 중국 선양에 있는 한 북한 음식점에서 송 부실장에게 건네졌다.
검찰은 이처럼 자금 밀반출에 동원된 쌍방울 임직원이 중복 인원을 제외하고 총 56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수사 초기 “개인적으로 돈을 북으로 보냈다. 쌍방울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해왔는데 쌍방울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동원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김 전 회장과 방 부회장, 김 본부장 등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방침이다.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남북협력사업을 하려면 사업마다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한 외화 1만 달러(약 1200만 원)를 초과하는 자금을 국외로 반출하는 경우 사전에 관할 세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방북비용을 대납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중상모략”이라며 “변호사비 대납으로 엮기 어려워지니 방북비용 대납 의혹을 만들어 엮으려는 것 같은데 평화사업을 위한 전담부서와 예산이 있는 경기도가 민간자금에 손을 댄다는 말이라면 어처구니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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