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9년간 실업급여를 받은 60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2배 이상으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와중에 노년에도 은퇴하지 못하고 ‘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년 뒤면 한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 대책과 사회 안전망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은퇴 못 하고 계약직 전전하는 고령층 늘어
2일 동아일보가 분석한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실업급여 수급자 163만1000명 중 60대 이상은 39만7000명(24.3%)으로 나타났다. 9년 전인 2013년에는 114만7000명 중 12만7000명(11.1%)이 60세 이상이었다. 비율은 2배 이상으로, 수급자 수는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고령 인구 증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2022년 60세 이상 인구는 873만7654명에서 1348만5327명으로 500만 명 가까이 늘었다. 6·25전쟁 이후인 1955∼1963년에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이 되면서 노인 인구가 급증한 것. 자연스레 ‘고령 노동 인구’도 늘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노인 수도 늘었다.
고령 인구 증가 못지않게 노동시장 구조도 영향을 미쳤다.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명예교수는 “49세를 전후해 직장에서 퇴직한 고령자 대다수가 계약직을 전전하는 게 우리 노동 시장의 구조”라며 “이들의 취업 기간이 길지 않고 실직도 자주 해 실업급여 수급자 수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고령 인구가 1.5배로 늘어나는 사이 고령 실업급여 수급자 수는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고용부 조사에 따르면 15∼54세 근로자 중 임시-일용직 비율은 17.4%인데 55세 이상으로 가면 그 비율이 27.8%로 뛴다. 나이가 들수록 ‘단타성 일자리’ 종사 비율이 높다는 뜻이다.
실업급여의 고질적 문제인 ‘반복 수급’ 역시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했다. 고용부가 지난해 실업급여를 3회 이상 타낸 수급자들을 조사해보니 3명 중 1명(35%)이 60세 이상이었다. 김혜원 한국교원대 교육정책학과 교수는 “앞으로 고령층이 고용 시장에 더 많이 들어오고 실업급여 수급자도 늘어나면 고용 보험의 재정적 위기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보험기금의 지난 5년간 누적 적자는 약 16조 원대로 추산된다.
●정부, 계속 고용 논의… 전문가 “일자리 마련이 해법”
정부는 고령층이 정년 이후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를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65세 이후에도 고용보험에 가입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늘려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 교수는 “한국의 고령층은 연금 등으로 확보할 수 있는 소득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적은 편이기 때문에 늦게까지 취업 시장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보다 장기적,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장년층의 직업 능력 개발 기회와 유인을 높여 보다 양질의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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