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가는 빠른 길 대신 우회로 안내하는 ‘이상한 안내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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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화천 연결 최단 코스 도로
개통 4년 넘게 도로표지판 수정안돼
내비게이션 쓰지 않는 운전자들
10분 넘게 이전 도로 이용해 불편

춘천시 지내교차로 500m 전방에 설치된 도로표지판(위)과 용산교차로에 설치된 도로표지판. 도로 개통 후에도 수정이 안 돼 화천 
가는 빠른 길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 두 교차로에서는 표기와 달리 우회전해야 화천을 빨리 갈 수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춘천시 지내교차로 500m 전방에 설치된 도로표지판(위)과 용산교차로에 설치된 도로표지판. 도로 개통 후에도 수정이 안 돼 화천 가는 빠른 길을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 두 교차로에서는 표기와 달리 우회전해야 화천을 빨리 갈 수 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 춘천시 신북읍 지내리 국도 5호선 화천 방면. 왕복 4차로의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리다보면 지내교차로 1㎞ 전방에서 도로표지판을 만난다. 직진은 화천과 춘천댐, 우회전은 고탄과 신북로로 표기돼 있다. 지내교차로 500m 전방에 있는 도로표지판도 마찬가지다. 지내교차로에 거의 근접해 설치된 2개의 표지판에는 직진 안내가 없고 우회전만 고탄과 신북로로 표기돼 있다.

이 도로표지판대로 주행하면 화천 가는 길이 10분가량 더 걸린다. 2018년 춘천에서 화천을 연결하는 최단 코스의 도로가 개통됐지만 도로표지판은 4년이 넘도록 수정이 안 됐기 때문이다. 화천군은 담당 기관에 수차례 표지판 수정을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이 때문에 화천을 찾는 운전자들은 혼란과 불편에 시달리고 있다.

2018년 12월 춘천시 신북읍 지내리∼사북면 고성리 간 지방도 403호선 새밑터널이 개통됐다. 이에 따라 춘천∼화천 간 주행거리가 7.3㎞에서 3.3㎞로 4㎞ 줄고, 이동시간도 10분가량 단축됐다. 지내교차로에서 고탄 방면으로 차선을 변경하면 바로 새밑터널로 연결되고 화천 가는 최단거리 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도로표지판은 예전 그대로여서 내비게이션을 작동하지 않고 운행하는 운전자는 지내교차로에서 실제 최단 코스인 고탄 방면으로 차로를 변경하지 못하고 직진하는 사례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 경우 새밑터널 개통 이전에 주로 이용하던 춘천시 신북읍 용산리를 거쳐 우회해야 한다. 또 내비게이션을 작동하고 가는 운전자들도 내비게이션은 차선 변경을 안내하지만 표지판에는 화천이 직진으로 돼 있어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내교차로 양방향에는 각 4개씩 총 8개의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또 인근의 국도 5호선 용산교차로에 있는 2개의 안내표지판도 수정되지 않아 화천 가는 최단 코스를 안내하지 못하고 있다.

화천군은 도로표지판 수정을 담당 기관인 홍천국토관리사무소에 요청해 왔다. 2019년 4월 공문을 통해 ‘산천어축제, 쪽배축제 등을 찾는 관광객 및 내방객들이 최근 개통된 새밑터널을 경유해 우리 군을 방문하고 있다. 지내교차로 구간 내 설치된 표지판에 화천 지명 표기가 누락돼 도로 이용객들의 불편 및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 표지판에 화천 지명을 삽입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같은 해 7월 용산교차로 표지판 정정을 요청했고, 2021년 3월에는 지내교차로와 용산교차로의 표지판 정정을 다시 요청했다.

그러나 3차례 공문에도 홍천국토관리사무소의 답변은 없었다고 한다. 화천군 담당 직원들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지만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들었을 뿐이다.

이에 대해 홍천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바뀌어 당시 화천군의 요청에 답변이 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해명했다. 또 “정식으로 민원이 들어오면 정정 가능한지 검토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천군은 표지판에 ‘화천’ 명칭을 추가하거나 ‘고탄’ 대신 ‘화천’을 표기하는 방향으로 정정되기를 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홍천국토관리사무소는 오랫동안 표지판에 고탄을 안내했기 때문에 고탄을 지우고 화천을 표기하는 것은 혼란을 줄 수 있어 어렵다는 입장이다. 화천을 추가로 표기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법령상 글씨 규격이 정해져 있어 기존 표지판에 화천을 추가 표기하기는 어렵고, 보다 큰 규격의 표지판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완 화천군의원은 “표지판에 지명 하나 추가하는 일이 도로 개통 후 4년이 지나도록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냐”며 “담당 공무원들의 무관심 탓인지, 제도적 규제 탓인지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피해는 운전자와 지역 주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이제라도 홍천국토관리사무소가 적극적으로 나서 표지판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원 춘천시#춘천∼화천 연결 최단 코스 도로#이상한 안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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