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郭 50억 뇌물 무죄’ 판결문 보니
김만배 등 통해 전해들은 전문진술
당사자들이 부인해 증거능력 상실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50억 원(세후 25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1심 판결에서 재판부가 ‘정영학 녹취록’ 속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말을 상당 부분 증거로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곽 전 의원은 8일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고 정치자금법 위반에 대해서만 벌금형이 내려졌다.
곽 전 의원 등에 대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의 판결문에 따르면 정영학 회계사가 법정에서 증언하거나 제출한 녹음파일 중 김 씨의 말 상당수가 ‘전문진술’로 판단돼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전문진술은 진술한 사람이 직접 보거나 경험한 게 아니라 제3자에게서 전해 들은 내용을 진술한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재판부는 2020년 4월 4일 화천대유 대주주 김 씨가 정 회계사에게 “아들을 통해 병채 아버지(곽 전 의원)가 돈을 달라고 한다”고 말한 부분이 전문진술이라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곽 전 의원이 아들에게 말하고, 아들이 다시 김 씨에게 말하고, 김 씨의 말을 정 회계사가 녹음한 것이어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들 곽 씨도 지난해 재판에 출석해 해당 내용을 부인했다.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2018, 2019년경 사이 여러 차례 김 씨로부터 ‘곽 전 의원이 나한테 50억 원 지급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한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한 부분도 전문진술로 판단돼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2018년경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곽 전 의원이 “돈도 많이 벌었으면 나눠 줘야지”라고 하자 김 씨가 “회삿돈을 그냥 어떻게 줍니까”라고 했다는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의 증언도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 법원은 남 변호사가 당시 상황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이후 상황이 기억나는 것처럼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남 변호사에게 ‘곽 씨를 통해 곽 전 의원에게 50억 원을 줄 것’이란 말을 여러 차례 했다”는 김 씨 진술은 인정하면서도 믿을 만하지 않다고 봤다. 대장동 일당 사이에서 공통비 분담 문제로 다툼이 벌어지자 공통비를 덜 내려고 곽 전 의원 등에게 5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원 안팎에선 정영학 녹취록 속 김 씨 발언 상당수의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 향후 본격화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및 최측근 그룹에 대한 대장동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