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가뭄인데 정수장 고장난 광주…식수 철철새 물바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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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12일 16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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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 입구가 물에 잠겨있다. 뉴스1
12일 오후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 입구가 물에 잠겨있다. 뉴스1
광주에서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 시설이 고장 나 100만 명가량의 시민들이 단수 사태를 겪고 있다. 가뭄 장기화로 시가 시민들의 절수운동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돗물 수만t이 유실됐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는 12일 오전 6시경 남구 덕남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배수지로 보내는 공급 밸브에 이상이 생긴 것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하고 있다.

취수장에서 공급된 물은 약품 처리 등을 거쳐 정수지에 모였다가 배수지를 통해 가정으로 보내지는데, 정수지에서 배수지로 보내는 밸브가 열리지 않으면서 물이 공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광주 덕남정수장의 정수지 밸브가 고장나 단수 현상을 겪는 가운데 작업자들이 고장난 밸브를 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12일 광주 덕남정수장의 정수지 밸브가 고장나 단수 현상을 겪는 가운데 작업자들이 고장난 밸브를 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사고 원인은 시설 노후화로 추정된다. 앞서 이날 오전 3시 30분경 전자동으로 밸브를 여닫는 통신망에서 이상이 확인됐다. 상수도사업본부는 복구 작업을 벌였으나 메인 밸브가 닫힌 뒤 열리지 않았다. 수동으로도 밸브를 열어보려 했으나 실패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덕남정수장은 1994년 준공했고 송수관도 매설한 지 30년 가까이 돼 녹이 슬었다”며 “단수 없이 복구를 시도했으나 수동 조작에 시간이 소요돼 단수가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오전 11시 42분경 시민들에게 “오늘 갑작스러운 정수장 밸브 고장으로 서구, 남구, 광산구에 오후 1시부터 급수가 중단될 예정”이라는 안전 안내 문자를 보냈다. 이후 오후 2시경에는 북구 첨단 1지구와 2지구에도 저수조 유입 밸브를 잠글 것을 안내했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오후 10시경 밸브 복구 작업을 끝낸 뒤 흐린 물을 빼는 작업을 거쳐 수돗물을 재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오후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 입구가 물에 잠겨있다. 뉴스1
12일 오후 광주 남구 덕남정수장 입구가 물에 잠겨있다. 뉴스1
이날 정수지를 빠져나가지 못한 물은 오전 9시경부터 마치 홍수가 난 것처럼 주변 도로로 넘쳐흘렀다. 덕남정수장 앞 도로는 물바다가 됐다. 최악의 가뭄으로 물 부족 위기에 놓인 광주에서 귀한 식수가 허무하게 낭비된 셈이다. 당국은 아직 물이 얼마나 넘쳤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광주 남구청 공무원들은 강제 배수 작업을 펼치고 있다. 한 공무원은 “오늘 오전 11시부터 투입돼 작업 중이다. 배수로를 가로막는 나뭇가지를 치우고 있는데 치웠다 하면 10분 뒤 또 나뭇가지가 쌓여서 무한히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정수장 밸브 고장으로 12일 오후 1시부터 광주 서구와 남구, 광산구에 긴급 단수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이날 오후 1시 4분경 남구 백운동의 한 가정집에서 흙탕물이 나오고 있다. (독자제공) 뉴스1
정수장 밸브 고장으로 12일 오후 1시부터 광주 서구와 남구, 광산구에 긴급 단수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이날 오후 1시 4분경 남구 백운동의 한 가정집에서 흙탕물이 나오고 있다. (독자제공) 뉴스1
급작스러운 단수에 생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남구 백운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오후 1시경 온라인 커뮤니티에 흙탕물이 가득한 양동이 사진을 올리면서 “아파트에 사는데 벌써 흙탕물이 나온다. 설거지를 못 하고 놔뒀다”고 토로했다.

일부 식당과 커피숍 등도 주문을 받지 못하거나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삼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상수도사업본부 가용 인력을 총동원해 주민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일시적으로 녹물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아파트·학교 등 수돗물을 많이 사용하는 수용가에서는 녹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유입밸브를 차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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