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고백 거절했더니…“혼날 준비해” 직장내 괴롭힘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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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12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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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9명 중 1명은 일터에서 원하지 않는 상대로부터 지속적인 구애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애를 거절할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사내 연애 금지’를 취업규칙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11.0%가 ‘구애 갑질’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직장갑질119가 운영하는 ‘직장 젠더 폭력 신고센터’에 지난해 9월 14일부터 올해 2월 10일까지 접수된 제보 32건 중에서도 ‘강압적 구애’가 8건(25.0%)으로 가장 많았다. 강압적 구애의 피해자는 모두 여성이었다.

제보 사례를 보면, 중소 규모 회사에서 일한다는 A 씨는 “대표가 주말에 연락하고 둘이서만 회식하기를 요구한다. 다른 직원과 같이 보자고 했더니 ‘나랑 따로 보면 큰일 나냐’며 서운함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A 씨는 “대표의 연락을 받지 않자 ‘업무 외 시간에 연락받지 않는 건 태도 불량’이라고 한다”며 “대표가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집적대는 상사’에게 불편함을 표현하거나 사적 만남을 거절하면 헛소문을 내거나 업무적으로 괴롭혀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경우도 있다.

신입사원 B 씨는 “상사가 술을 마신 뒤 ‘너 같이 생긴 애 노래방 가서도 만날 수 있다’ ‘너 나 좋아하냐’고 말하면서 주변에는 제가 먼저 꼬드겼다고 한다”며 “계속 일을 해야 해 달리 티를 내지 않았더니 만만해 보였는지 몸을 만지려고 한 적도 있다”고 제보했다.

B 씨는 “퇴근 후에 전화로 이상한 소리를 해 대꾸를 안 했더니 ‘네가 날 거절했으니 내일부터 혹독하게 일하고 혼날 준비 하라’고 하더라”며 “계속 일할 자신이 없어 회사를 그만두려고 한다”고 털어놨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위계 관계에서 발생하는 구애 갑질을 막기 위해서는 상사와 후임 간의 연애를 금지하는 사규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지난해 10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직장인 79.8%는 ‘상사의 지위를 이용한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에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사내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규칙을 제정하는 것에도 72%가 동의했다.

미국의 한 인사컨설팅 회사에서 150명의 기업 인사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사내 연애에 관한 취업규칙이 존재하는 회사가 51%였다. 이러한 취업규칙이 있는 회사 중 77%가 상사와 직속 후임 간의 교제를 금지했다.

직장갑질119는 회사 내 ‘원치 않는 구애’는 스토킹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높다며 고용주 등은 구애 갑질이 벌어지는지 확인하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해 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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