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품은 퇴준생들]
근무환경 불만-불합리한 문화 뒤이어
“사직서 2번이상 제출”도 46% 달해
새 직장 선택 “근무환경 최우선” 55%
“이전 직장에선 하루 서너 시간씩 자면서 한 주에 80시간 넘게 일하기도 했어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일단 퇴사부터 하고 재취업 준비를 시작했죠.”
서비스 업종에서 일하다 지난해 1월 재취업에 성공한 직장인 김성민(가명·28) 씨는 이전 직장에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져 퇴사를 결심했다고 했다. 근무 시간은 주 52시간을 훌쩍 넘었고 식사 시간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김 씨는 “그렇다고 보수가 많은 것도 아니어서 어딜 가든 이곳보단 나을 거란 생각에 퇴사했다”고 말했다.
●더 나은 조건 찾아 떠나는 청년들
동아일보와 청년재단이 함께 실시한 ‘청년 이·퇴직 인식 조사’에서 청년층(만 19∼34세) 2명 중 1명(53%)은 퇴사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사 경험이 있는 청년 중 사직서를 2회 이상 제출했다는 응답은 46%에 달했다.
청년 퇴사 증가 원인에 대해 청년들은 ‘업무량 대비 낮은 보상’(63%)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근로 환경 불만족(59%) △불합리한 조직 문화(58%) △성장 기회 부족(34%)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입사 4개월 만에 퇴사한 이연우(가명·23) 씨는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상사가 불합리하게 10번 이상 재수정을 시키는 일을 겪은 후 퇴사를 결심했다. 이 씨는 “돌이켜보니 교육을 핑계로 한 ‘갑질’이었다”고 했다.
다니는 직장에 큰 불만은 없지만 ‘더 좋은 조건’을 위해 퇴사를 고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두 번의 이직을 거쳐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하는 고준혁(가명·32) 씨는 “현 직장에 만족하지만 자기 계발의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는 등 더 좋은 조건의 회사가 있다면 다시 이직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새 직장 고를 땐 ‘근무 환경’부터 고려
청년들은 새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로 ‘근무 환경’(55%)을 꼽았다. ‘더 높은 임금’(50%)이나 ‘개인의 성장 가능성’(38%)이 뒤를 이었다.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다니다 지난해 11월 대학 교직원으로 재취업한 이정현(가명·여·26) 씨는 월급은 다소 줄었지만 업무 만족도는 높아졌다고 했다. 이 씨는 “이전 직장은 야근을 밥 먹듯 했고 바쁠 땐 2, 3일 동안 집에 못 들어간 적도 있다”며 “퇴근 시간이 일정한 지금 직장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했다.
같은 어학원 업종에서 회사를 옮긴 김가현(가명·여·31) 씨는 “임금은 약간 줄었지만 주도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라 만족한다”며 “새 직장을 찾을 때 근무 환경과 조직 문화, 성장 가능성 순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진로적성교육 전문연구소인 와이즈멘토의 조진표 대표는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했던 과거와 상황이 달라지면서 청년들은 이제 자신의 행복을 억누르면서까지 견디지 않는다”며 “기업 차원에서 개개인이 역량을 발휘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줄퇴사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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