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를 통해 저소득층이 삶의 의욕을 갖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하는 것도 (취약계층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시청에서 무함마드 유누스 유누스재단 의장과 대담을 갖고 저소득층을 위한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회사와 거래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대출 제도를 운영하며 자립을 돕겠다는 취지다.
14일 ‘서울 도시경쟁력 글로벌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유누스 의장은 무담보 소액대출을 빈민층에 제공하는 그라민은행을 방글라데시에 설립한 공으로 2006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이날 대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확대된 소득·교육 격차를 진단하고, 서울시가 추진 중인 ‘약자와의 동행’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세훈 “무담보 소액대출 도입 검토”
유누스 의장은 오 시장 발언에 대해 “젊은이들이 ‘기업가 정신’을 갖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 금융은 산소와 같다”며 “정부 지원과 마이크로 크레디트 등 다양한 제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존 은행은 도시에서 일하는 부자 남성에게만 돈을 빌려줬지만, 그라민은행은 가난한 시골 여성에게 담보 없이 대출해 줬다”며 “그럼에도 90%가 넘는 사람들이 돈을 갚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담에서 오 시장은 시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안심소득 제도를 소개했다. 안심소득은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제도다. 시는 중위소득 85%(4인 가구 기준 459만 원)에서 월 소득을 뺀 금액의 약 절반을 2025년 6월까지 1600가구에 매달 지급할 예정이다.
오 시장은 “안심소득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에 한정된 현재 복지 제도를 대체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심소득으로) 정부 지원을 받는 사람의 범위가 2∼3배로 늘어나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또 “(안심소득과 무담보 소액대출의) 과학적 비교 실험을 통해 어떤 제도가 저소득층의 삶의 의욕을 자극하는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누스 의장도 “가난한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려면 기본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호응했다.
●유누스 “교육이 아이 미래 만든다”
시의 취약계층 교육사업 ‘서울런’에 대해 오 시장은 대담 자리에서 “2단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런은 오 시장이 ‘교육 사다리 복원’을 목표로 2021년 8월 도입한 사업으로 저소득층과 다문화가정 청소년 등에게 사설 교육업체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
오 시장은 “그동안 학원 프로그램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동기 부여를 병행해 학습 욕구를 자극하면서 계층 이동 사다리를 통해 인생의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런과 유누스 의장의 ‘일자리를 찾지 말고 만드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라’는 말이 일맥상통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누스 의장은 “가장 중요한 교육 부분을 (시가) 다루는 것은 잘하고 있는 것”이라며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주느냐가 아이들의 미래를 만들어낸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원하는 아이들의 미래는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기술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의적 인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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