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뉴스만 보고 잠도 잘 못 자고 있어요. 가족들은 공포에 떨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하니까 너무 마음이 아파요.”
튀르키예(터키)에서 7.8 규모의 강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여가 지난 가운데, 현재까지 3만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는 등 피해가 계속 확대되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튀르키예인들은 가족과 친구, 지인들 걱정에 가슴을 졸이고 있다. 일부는 가족의 생사까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만6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지난 13일(한국시간) 이같이 보도하며,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3만1643명이라고 전했다.
사업이나 학업 등을 위해 국내에 체류 중이던 튀크키예인들은 가슴 졸이며 현지 구조를 지켜보고 있다. 특히 일부는 아직까지 가족이나 지인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2012년 한국으로 넘어와 현재 수원에 거주하고 있는 얄친 코스카(32)씨는 이번 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카라만마라슈’ 지역 출신이다.
취재진과 영상 통화를 통해 만난 그는 지칠대로 지친 듯 표정은 어두웠고, 눈에는 힘이 없었다. 지난 일주일은 그에게도 큰 고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는 “친척과 친구들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 너무 슬프다”며 “며칠 전부터는 터키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안되고 있어 3일 동안 잠도 못잤다”고 눈물지었다.
또 “잔해 아래 깔려 있는 사람들이 최대한 빨리 구조되길 기도할 뿐이다. 이렇게 기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며 “튀르키예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 모든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고 바란다”고 말했다.
평택에서 케밥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살리 카식(35)씨도 ‘카라만마라슈’에 두고 온 가족들 걱정에 밤을 지새우고 있다. 5살 난 딸을 튀르키예에 두고 3년 전 한국으로 넘어왔다는 그의 눈에도 걱정과 슬픔이 가득 서려있었다.
카식씨는 “이렇게 끔찍한 일이 내게 닥칠 줄은 몰랐다”며 “딸과 아내에게 큰 일이 났으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밥을 먹는 것도, 잠을 자는 것도 너무 미안하고 괴롭다. 부디 내 딸과 아내 그리고 가족들이 무사하길 하늘에 빌고만 있다”고 말했다.
그는 휴대전화에 저장된 아내와 딸의 사진을 보여주며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추가 지진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국내 체류 튀르키예인들에게는 큰 걱정거리다.
건국대에 재학 중인 아이쉐눌 투란알프(25)씨 친가 쪽에 돌아가셨다는 분들이 있다고 들었다“며 ”제 부모님, 가족들, 친구들 모두 이스탄불에 있는데 이번 지진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도 지진이 발생할까봐 걱정되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당장 가족이나 지인들을 만나러 갈 수 없다는 점도 마음을 무겁게 한다. 튀르키예가 아직 지진 발생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경제적 이유로 발목이 잡혀 있어서다.
투란알프씨는 ”하루 종일 뉴스만 보고 있다. 잠도 잘 못자고 있다“며 ”가족들이 튀르키예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데 나는 먼 타국에서 아무것도 못하니까 그저 눈물만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진 위험이 있기도 하고 아직 돈을 모으지 못해 쉽게 고국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은 기다리면서 기도하는 것밖에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고 눈물을 흘렸다.
한편 국내 튀르키예인들 사이에서는 지진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 구호 물품을 모아 자국으로 보내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대학에 재학 중인 무베라(23)씨는 ”고향이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인데 다행히 가족들은 무사하다고 한다“며 ”하지만 고국 사람들이 지진으로 집을 잃고 목숨을 잃은 상황에서 다행이라고 느끼는 내 마음에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함께 현지에 필요한 옷이나 손전등 등 구호 물품을 모았다“며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란알프씨도 ”튀르키예 사람들이 모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현지에 필요한 물건을 모아 택배로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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