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을 불법적으로 막은 혐의를 받는 이광철 전 청와대 비서관과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규원 춘천지검 검사에 대해서는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 징역 4개월의 선고유예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옥곤)는 15일 이 검사와 이 전 비서관, 차 전 연구위원의 직권남용 권리방사방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검사의 자격모용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 은닉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법원은 사건의 최대 쟁점이었던 출국금지 조처에 대해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된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학의 출국 시도 당시 그에 대한 재수사는 기정사실화된 상태였고 실제로 일반 출국금지가 충분히 가능한 상태였다”며 “항공기 출발 시간을 30분 앞둔 상황에 김학의의 출국 시도를 알게 된 차 전 본부장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일반 출국금지나 긴급 출국금지 가운데 한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고, 이 검사도 긴급 출국금지 요건과 절차를 검토해 조처 실행을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수사 대상자가 될 것이 확실한 김학의의 출국 시도를 저지한 건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고, 출국을 용인했을 경우 재수사가 난항에 빠져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필요성과 상당성도 인정된다”라며 “결과적으로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그릇된 선택이었으나 일반 출금은 가능했다는 점에서, 어떤 경우에도 출금해서는 안 될 일반인의 출국을 저지하는 경우와는 달리 평가돼야 한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긴급 출금은 축적된 선례가 거의 없어 검사에게도 생소한 제도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러 법조인도 긴급 출금의 법률상 요건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밝히고 있다”라며 “매우 긴박한 상황에서 이 검사와 차 전 본부장이 법률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긴급 출금 조처를 했다고 해서 이를 곧바로 직권남용죄를 인정할 정황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법무부와 대검찰청 지휘부에서 의사 결정한 김학의 긴급 출금 절차에 관여하는 정도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고, 김학의의 출금은 수사가 임박한 자의 해외 도피를 차단하기 위함이었을 뿐 불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볼만한 사정이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위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이 직권남용했다고 할 수 없고 직권남용 고의가 있다고 할수도 없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 검사가 출금 조치 과정에서 긴급 출금 승인 요청서 서식에 서울동부지검장 명의를 허위로 기재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개월을 선고했지만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 유예는 통상적으로 혐의는 인정되나 처벌 필요성은 떨어질 때 내리는 판결이다.
이 검사는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 근무 중이던 2019년 3월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를 파악한 뒤 가짜 사건번호를 적은 출국금지 요청서를 작성해 제출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이 전 비서관은 불법 출금 과정 전반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차관의 출국을 막으려 무혐의 사건 번호로 출국금지 요청서를 만든 혐의 등을 받는다.
당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었던 차 연구위원은 불법 출금 사실을 알면서도 승인을 요청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16일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을, 이 검사와 차 연구위원에게는 각각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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