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땅을 돌려달라며 서울시와 소송전을 벌이던 자녀들이 결국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지방자치단체라도 20년 넘게 땅을 점유하고 있었다면 취득시효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6일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민유숙)는 서울시가 아버지 A 씨의 유가족을 상대로 낸 부동산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소송에서 서울시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 씨는 생전 경기 광주군 중대면 가락리(현 서울 송파구 가락동) 밭 9332㎡(2823평)를 소유했다. 이 중 일부가 1942년 11월부터 한 공립 초등학교 부지로 쓰였다. 이 땅은 1950년경 시작된 농지 분배 절차를 통해 학교 몫이 됐다.
1964년 서울시는 “A 씨로부터 1942년 이 땅을 증여받았다”고 주장하며 A 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마치라는 소송을 냈다.
1965년 1심 도중 A 씨는 사망했다. 이후 공시송달을 거쳐 1심은 서울시 승소로 판결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해 내용이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약 55년이 지난 2020년 A 씨 자녀들이 항소에 나섰다. 1심 결론을 뒤늦게 알게 된 자녀들은 ‘추완항소(불가피한 사유로 인해 정해진 기간을 넘겨 제기하는 항소)’를 제기했다. 토지 소유권을 돌라 달라며 반소도 냈다.
서울시는 A 씨로부터 땅을 증여받았다는 주장이 기각될 것에 대비해 취득시효가 완성됐다는 내용을 예비적 청구로 추가했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은 A 씨 자녀들의 손을 들었다. 서울시가 주장하는 증여 시점에 A 씨는 16세에 불과했으며, 1950년 농지개혁 당시에도 소유자가 A 씨라는 자료가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의 취득시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A 씨가 서울시에 땅을 증여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땅 소유권은 서울시에 있다고 봤다. 취득시효가 지났다는 서울시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민법에 따르면 20년간 소유의 의사를 갖고 부동산을 점유한 사람은 소유권을 취득하게 된다. 대법원은 서울시가 토지 소유권을 얻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서울시가 이 땅을 A 씨로부터 증여받았다고 인식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당시 초등학교 교장이 ‘땅을 기부받았다’고 재산조사서에 기록한 점과 이 소송 전 A 씨나 자녀들이 땅 소유권을 주장해오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자녀들은 서울시가 뒤늦게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한 점을 지적했지만, 대법원은 초등학교가 들어선 1942년 당시 시행된 민법에 따라 등기가 반드시 필요하지 않았던 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초등학교를 관리했던 공공단체가 토지 등기를 하지 않았지만 당시는 민법이 제정되기 전이었고, 서울시가 이후 민법에 따라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행사한 것으로 추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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