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발생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범인인 이승만(52)과 이정학(51)에게 검찰이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구형한 가운데 어떤 형량이 선고될지 주목된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17일 오후 2시 230호 법정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과 이정학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검찰은 범행 과정에서 두 자녀를 두고 있던 가장인 은행 출납 과장을 살해하고 범행 동기 등을 고려했을 때 비난받아 마땅하며 순찰 중인 경찰을 들이받아 권총을 탈취하는 등 완전 범죄를 노려 상응하는 처벌이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만은 재판 과정에서 이정학이 경찰을 들이받은 뒤 스스로 내려 총을 가져왔고 범행 당시 이정학이 총을 쐈다고 했으며 이정학은 이와 반대로 자신은 이승만이 시켜 권총을 가져왔으며 이승만이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돈 분배에 있어서도 이들의 진술이 크게 엇갈렸는데 이정학은 이승만으로부터 범행 후 900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이승만은 범행 직후 이정학이 가방에 추적 장치가 있을 것을 염려해 돈을 차량에 쏟은 뒤 다시 담았고 이 과정에서 2000만원이 사라졌으며 남은 돈의 절반을 각각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승만이 직접 권총을 발사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고 공범인 이정학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으며 돈 분배 역시 이정학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이승만에게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이정학에게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또 폭력성을 비춰볼 때 재범 위험성이 충분히 있어 중형과 함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 30년과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선고돼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구형량에 대해 이승만은 “사형을 구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검찰에서는 끝까지 총을 제가 쐈다고 하는데 제가 했으면 했다고 말했을 것이며 피해자와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다”라고 했다.
이정학은 “억울하게 돌아가신 피해자와 유족에게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며 “이런 사람인 줄 모르고 결혼한 아내와 이런 아빠인지 모르고 태어난 아이들에게 죽기 전에 용서를 구할 수 있는 날이 있기를 희망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죗값을 받겠다”라고 밝혔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은행 관계자 3명이 현금 가방을 내려 옮기는 순간을 노려 권총으로 협박, 3억원이 들어있는 가방 2개 중 1개를 챙겨 달아난 혐의다.
이 과정에서 이정학은 현금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겨 범행에 사용한 그랜저XG에 실었고 이승만은 은행 출납 과장 A씨에게 38구경 권총을 쐈으며 그 결과 A씨가 사망했다.
범행 후 약 300m 떨어진 서구 둔산동 소재의 한 상가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이동한 이들은 다른 흰색 차량으로 바꿔 타고 범행에 사용한 승용차를 버리고 도주했다.
범행에 사용할 권총을 구하기 위해 이들은 같은 해 10월 15일 0시께 대덕구 비래동 골목길을 배회하던 중 혼자 순찰돌던 경찰관의 권총을 탈취했다.
그랜저XG 역시 강도살인 범행 약 20일 전 수원에서 시동이 걸린 채 주차된 차량을 훔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은 발생 후 21년 동안 미제로 남았으나 지난 2017년 10월 범행에 사용된 차 안에 남아있던 손수건과 마스크 등 유류물에서 발견된 DNA가 충북의 한 게임장 유류물에서 발견된 DNA와 동일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경찰은 해당 게임장에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1만 5000여 명을 조사했고 지난 3월 유력한 용의자로 이정학을 특정했다.
범인을 특정한 경찰은 지난 8월 25일 이정학을 검거했고 이승만과 함께 범행을 벌였다는 이정학 진술을 토대로 같은 날 이승만도 함께 체포했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6년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으나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이른바 ‘태완이법’이 2015년 7월 시행되면서 대전경찰청 미제사건전담수사팀은 사건을 계속 수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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