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됐을 당시 소방관들이 근무 시간에 소방서 차고지에서 회식했다가 징계를 받았다. 한 소방관은 상급자 지시라서 회식 참석이 불가피했다며 이의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17일 인천지법 행정 1-2부(부장판사 김석범)는 현직 소방공무원 A 씨가 인천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견책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A 씨는 2021년 5월 2일 야간 근무 시간에 인천의 한 소방서 차고지에서 열린 회식에 참석했다. 차고지에 주차된 소방차를 밖으로 빼놓은 뒤 식탁과 의자를 가져와 삼겹살을 구워 먹었다. 구조대장이 부하 직원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였다고 한다.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시행 중이었다.
소방서에도 ‘방역 수칙을 엄격하게 지키라’는 소방공무원 복무지침이 내려왔다. 그러나 회식 자리에 현장대응단장 등 간부 3명을 포함한 소방서 직원 17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 달여 뒤인 6월 2일 해당 소방서 행정팀에 고발돼 감찰받았다. A 씨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인천시 소방공무원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그해 10월 복무지침 위반과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으로 경징계인 견책처분을 받았다.
이후 A 씨는 억울하다며 인사혁신처에 소청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징계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과거부터 구조대 차고지에서 회식했다”며 “상급자의 지시를 어길 수 없어 회식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식 중 현장 출동도 나갔다”며 “소방서 청사 안에 있는 차고지에서 식사한 것을 사적 모임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은 상급자의 권유로 회식에 참석했더라도 복무지침을 어겼기에 징계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상급자인 구조대장의 권유로 회식에 참석했지만, 이 부분이 복무지침 위반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는 없다”며 “구조대장의 회식 참석 권유는 원고가 복종해야 할 직무상 명령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코로나19로) 모든 국민의 일상생활이 제한된 상황에서 원고가 복무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언론에도 보도됐다”며 “소방공무원을 향한 국민의 신뢰가 실추돼 품위유지의무 위반에도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