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미세먼지특별법 도입 3년
전국 ㎥당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 2019년 23μg→ 2022년 18μg 뚝
부천 등 13곳은 10μg 이상 떨어져, 코로나로 중국발 외부요인 줄고
노후 경유차 저감장치-조기 폐차에… 친환경차 늘리고 보일러 교체
《미세먼지 OUT 비결은 3월, 봄 하면 이제 꽃이나 주말 나들이보다는 황사와 초미세먼지가 먼저 떠오른다.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곳곳이 뿌옇게 흐릴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부 지자체들은 초미세먼지 농도를 40%까지 줄이는 성과를 냈다.》
14일 경기 부천의 한 초등학교 앞 인도에는 철제 사각 블록이 연결된 듯한 색다른 울타리가 설치돼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윙’ 하는 바람 소리가 났다. 기자와 동행한 한영미 부천시 미세먼지대책과 주무관은 “미세먼지 실시간 측정기와 연동돼 자동으로 작동하는 공기 정화장치”라며 “도로에 차가 지나갈 때 나오는 배기가스와 바람에 날아오르는 먼지를 빨아들인 뒤 내부 필터로 걸러낸다”고 설명했다. 거리의 ‘공기청정기’인 셈이었다.
이 미세먼지 정화 장치는 2019년 수립된 부천의 ‘스마트 미세먼지 클린 특화단지’ 사업 중 하나로 설치됐다. 부천은 미세먼지전담과를 두고 시 자체 미세먼지 홈페이지도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부천이 미세먼지 저감에 ‘진심’인 이유는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측정을 시작한 이래 줄곧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부천의 연평균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당 19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을 기록해 관측 이래 처음으로 전국 평균 수준(18μg)으로 떨어졌다.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당 13μg이 낮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가장 큰 낙폭이다.
● 고농도 시군 13곳 ㎥당 10μg 이상 ‘뚝’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특별법)을 시행한 지 3년이 지났다. 2019년 2월 실시된 이 법은 미세먼지의 정의, 관련 위원회 설치·운영안, 각종 대책 등 정부의 미세먼지 정책 전반을 담고 있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발령되는 비상저감조치, 겨울·봄철 시행되는 계절관리제도 이 법에 따른다.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라 지자체는 미세먼지 종합관리대책을 마련해 자동차 운행 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가동시간 조정, 학교 휴업 권고 같은 조치를 할 수 있게 됐다. 동아일보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처음 시행된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서울을 비롯한 전국 8개 특별·광역시(세종 포함), 154개 광역도 산하 기초지자체 등 162개 지자체 초미세먼지의 연평균 농도 자료를 환경부로부터 받아 그 변화를 살펴봤다.
전국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9년 ㎥당 23μg에서 2020년 19μg, 2021년과 2022년 18μg으로 3년간 ㎥당 5μg 떨어졌다. 일부 지자체는 같은 기간 초미세먼지 농도가 ㎥당 10μg 이상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모두 13곳이었다. 부천은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가 2019년 ㎥당 32μg에서 2022년 19μg으로 떨어져 조사 대상인 162개 지자체를 통틀어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 증평과 전북 익산은 각각 32μg에서 20μg으로, 31μg에서 21μg으로 떨어졌다. 2019년 당시 조사 지자체 가운데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 1위를 차지했던 경기 여주도 33μg에서 23μg으로 줄었다. 경기 의왕의 경우 3년간 농도가 ㎥당 27μg에서 16μg으로 개선돼 개선율이 40.7%에 달했다.
이들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외부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외국의 영향을 받기 쉬운 서쪽에 위치해 있고 △동쪽에 산이 가로막고 있어 대기 정체가 발생하기 쉽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중국발 미세먼지 등 서쪽에서 오는 외부 미세먼지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는 지역들이었다. 환경부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 유철 배출량조사팀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중국인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활동이 둔화되고 미세먼지 배출도 줄었다. 풍상(바람이 발생하는)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감소하면서 풍화(바람의 영향을 받는) 지역들의 미세먼지 농도도 자연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환경부에 따르면 중국의 338개 지급(地級·2급 지방행정단위) 이상 도시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021년 ㎥당 30μg으로 2015년 대비 34.8% 줄었다. 지난해 1∼11월 중국 전역 농도는 ㎥당 28μg으로 역대 최저치였다. 기상 변화도 한 요인이다. 지난해의 경우 미세먼지를 몰고 오는 서풍이 비교적 적게 불었고 대기 정체도 적었다.
● 살수차, 악취 관리… 지자체 저감 안간힘
외부 요인과 함께 국내 자체적인 저감 노력 역시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가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미세먼지의 국내, 국외 요인이 전체 미세먼지에 미친 기여율을 분석한 결과 국외 요인 기여율이 2019년 56∼69%에서 2021년 61∼74%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국외 유입량(중국발 미세먼지 등)이 줄었는데 국외 기여율이 오히려 더 늘어난 것이다. 유 팀장은 “국내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국외 유입 미세먼지보다 더 빠르게 줄었기 때문에 국외 요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커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2019년 이후 미세먼지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국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이 크게 늘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도 그중 하나다. 계절관리제란 고농도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되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가동 축소, 5등급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사업장 단축 운영 등을 실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날 단기간 차량 운행과 사업장 조업을 축소하는 비상저감조치도 2019년부터 전국에서 시행됐다. 다소 진통을 겪었지만 공장과 차량 배출가스 기준 강화, 친환경차 전환, 조기 폐차 지원 등의 정책도 정착되고 있다.
지자체가 미세먼지 대책을 별도로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면서 각종 지역 맞춤형 대책도 나왔다. 3년간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크게 떨어진 경기 부천은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와 경인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차량들이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시 관계자는 “연구용역 결과 고속도로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가 연간 25.2t이었고, 전체 부천 초미세먼지 배출 285t 중 23.5%는 승용차 운행으로 인한 도로 먼지와 지게차 등 건설기계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부천은 2004년 이후 지금까지 노후 경유차 2만2080대에 저감장치를 달았고 2만5807대를 조기 폐차했다.
의왕 내륙컨테이너통관기지(ICD)가 있는 경기 의왕 역시 차량이 지역 미세먼지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ICD를 이용하는 화물차량은 일주일에 3000대가 넘는다. 화물차는 대부분 경유차로 노후 경유차의 경우 초미세먼지 발생량이 휘발유 차량의 100배가 넘는다. 지자체 직접 배출량을 살펴보면 도로이동오염원에 의한 비산먼지가 80%를 차지한다. 시 관계자는 “ICD 청소 주기를 늘리고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겨울·봄철에는 영업시간을 한두 시간 단축하도록 했다. 도로 살수차도 여러 대 갖췄다”고 말했다.
충북 증평은 서쪽 지역을 제외한 모든 곳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지형적 요인이 있다. 증평군은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전환 속도를 높이고 미세먼지를 내뿜는 노후 보일러를 줄이기 위해 교체 비용 1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증평군 관계자는 “‘도시 바람길 숲 조성 사업’이란 녹지화 사업을 통해 23.9ha에 36만4338그루도 심었다”며 “이 밖에 농번기 폐기물 소각 단속, 산업단지 배출 업소 집중 점검, 무인 악취 측정 시스템을 통한 축사 악취 관리도 미세먼지 저감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북의 대표적 고농도 미세먼지 지역이었던 익산도 축사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축사 밀집 지역을 정비했다. 축사 악취의 원인인 암모니아는 공기 중에 배출되면 다른 물질과 결합해 2차 미세먼지를 만드는 미세먼지 전구물질(前驅物質·특정 화합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 물질)이다. 2018년 전북대 연구팀은 익산의 암모니아 배출량이 타 시군구에 비해 월등히 많다며 고농도 미세먼지의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코로나19 이후 미세먼지 ‘요요현상’ 우려
3년간 여러 감축 노력이 자리를 잡았고 실제 미세먼지가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숙제는 산적해 있다.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정부가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지킬 필요가 있다고 설정한 대기환경기준(㎥당 15μg)을 초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도 최하위권(2021년 기준 38개국 중 35위) 수준이다.
올해도 걱정이다.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 덕을 봤다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코로나19 ‘보복 소비’ ‘보복 여행’이 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른바 ‘미세먼지 요요현상’이다.
앞으로는 이전처럼 미세먼지가 큰 폭으로 줄어들기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 팀장은 “그동안 발전소, 대형 사업장 등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곳을 중심으로 단속과 관리를 강화해 큰 효과를 봤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기준과 시설이 정비됐기 때문에 큰 배출원 관리를 통해 극적인 농도 감소 효과를 보기는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지난해 초미세먼지 전국 연평균 농도는 ㎥당 18μg으로 전년도와 같았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요인이 되는 물질 관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줄고 있다는 것은 물론 무척 고무적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측정, 저감 노력 대부분은 미세먼지 그 자체나 전구물질 중에서도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등 일부 물질에 집중됐다”며 “미세먼지는 2차로 생성되는 경우가 75% 이상이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암모니아 같은 다른 전구물질의 배출량 산정, 관리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전구물질과 ‘작은 배출원’을 본격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대기 환경개선 종합계획에 따르면 환경부는 세탁소 세제에서 발생하는 VOCs를 줄이기 위해 세탁소에 친환경 용제(물질을 녹이기 위해 쓰는 물질)를 도입하고 목재난방기기, 숯가마, 대형 조리시설의 배출 실태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전국 축사, 농경지 비료 등으로 인한 암모니아 배출 실태도 조사한다. 영농 지역 불법 소각과 질소비료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예정이다. 결국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작은 오염 요인들까지 촘촘히 관리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박연재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은 “시민들도 대중교통 이용, 노천 소각 자제 등 실생활에서 지킬 수 있는 것들부터 실천하며 미세먼지 저감에 동참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