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의학적인 장애를 가졌더라도 성년후견 제도가 발달장애인의 복리를 저해한다면 후견을 종료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54단독 박원철 판사는 지난 16일 발달장애인 A(23)씨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된 어머니 B씨가 성년후견을 종료해달라고 청구한 사건에서 이를 수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지적장애를 가진 A씨는 최근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에 응시해 합격했지만 자격증 발급이 거부됐다. A씨는 장애로 인해 가정법원으로부터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받았는데, 현행 노인복지법상 이는 요양보호사 결격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B씨는 성년후견이 발달장애인의 자기 결정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고 법원에 성년후견을 종료해줄 것을 청구했다.
민법 9조 1항은 ‘질병, 장애, 노령 등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결여된 사람’에 대해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동법 11조에는 ‘성년후견 개시 원인이 소멸 경우’ 후견 종료 심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의 경우 자립을 위해 요양보호사 교육과정을 수료한 뒤 자격시험에 합격했고, 이미 관련 기관에 취업해 근로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성년후견 개시 원인이 소멸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A씨가 자립을 위한 여건을 갖추고 있고 부모의 자립 의지도 확고하다는 점도 성년후견 개시를 종료할 주된 요인으로 언급했다. 성년후견이 개시됐다는 이유로 자격을 취득하지 못할 경우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나아가 사회적인 참여 기회도 상실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피후견인이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는 지적장애인으로서 의학적으로 장애가 현존한다 하더라도 가능한 후견적 개입을 최소화하고 피후견인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후견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최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달장애인의 재활치료 및 발달 재활서비스를 활발히 제공하고 있고, 이 같은 추세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후견제도가 유연하게 운영될 필요성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어 “피성년후견인의 행위능력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성년후견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잔존능력 활용, 사회활동 참여를 위한 접근 기회를 전면 차단한다는 점에서 장애인 복지 기본 이념과 충돌할 우려가 크다”며 “독립적인 일상 생활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아닌 한 성년후견 개시 및 유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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