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를 발행한 테라폼랩스 권도형 대표(사진)를 증권거래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SEC가 가상화폐를 증권으로 인정한 것이어서 국내에서도 권 대표에 대해 증권 범죄 혐의를 적용하려는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SEC가 16일(현지 시간) 권 대표를 미국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SEC는 “권 대표가 디지털 자산을 판매하며 투자자들로부터 모금한 수십억 달러 중 다수는 등록되지 않은 증권”이라며 “투자자들은 최소 400억 달러(약 52조 원) 규모의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통신은 또 SEC 고발장을 인용해 “권 대표가 비트코인 1만 개를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아 해킹이 어려운 전자지갑)에 보관해왔고, 지난해 5월부터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해 현금으로 전환해왔다”고 보도했다. 19일 비트코인 시세에 따르면 약 3179억5000만 원 규모다. 또 “최근까지 스위스 은행에서 1억 달러(약 1300억 원) 이상을 인출했다”고 했다.
테라 루나 사기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 관계자는 “어떤 내용으로 기소를 준비한다는 부분은 한미 당국 간 소통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다”며 “SEC가 테라, 루나를 증권으로 봤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검찰은 가상화폐가 증권성이 있는 투자계약증권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아왔다. 증권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당국이 권 대표의 소재를 추적해 먼저 신병을 확보하면 권 대표 국내 송환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권 대표는 지난해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쳐 현재 세르비아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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