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 살던 고양이, 육지로 반출…“야생조류 위협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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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2월 21일 0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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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최남단 섬인 마라도에 살고 있는 고양이. 뉴스1
제주도 서귀포시 최남단 섬인 마라도에 살고 있는 고양이. 뉴스1


제주도 마라도에 살고 있는 고양이 110여 마리가 육지로 반출될 예정이다. 마라도의 천연기념물인 물쇠오리를 비롯해 야생조류의 생존을 고양이가 위협한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0일 제주도세계유산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마라도에 있는 고양이는 110여 마리로 추산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달 중 이들을 마라도 밖으로 반출하기로 했다.

10여 년 전 마라도 주민들은 쥐를 퇴치하기 위해 고양이를 섬에 들여왔다. 이후 개체 수가 급격히 늘자, 문화재청은 마라도에 살고 있는 뿔쇠오리 등 야생 조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했다.

이에 주민들이 키우는 반려묘 10여 마리를 제외하고, 나머지 고양이들을 모두 포획해 섬 밖으로 반출하기로 결정했다. 고양이들의 반출 시기는 섬 밖의 고양이를 위한 보호소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번 결정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뿔쇠오리 보호 조치 필요성은 공감하나, 이들의 개체수 감소에 고양이가 영향을 미친다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반출하는 고양이의 안전한 보호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동물자유연대 등이 참여하는 ‘철새와 고양이 보호대책 촉구 전국행동’은 “문화재청은 고양이가 뿔쇠오리의 개체수 감소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반출을 강행하고 있다”며 “게다가 표면적으로는 마라도에서 고양이를 반출한 후 가정 입양과 안전한 보호를 약속하겠다고 말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국립환경과학원 등의 발표 자료 등을 인용해 “뿔쇠오리는 고양이가 접근하기 어려운 해상에서 살며 절벽 틈 사이에 알을 낳고 부화하기 때문에 고양이보다는 까치, 매, 쥐 등의 공격에 더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주장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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