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부 동창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친구라 믿고 돈을 빌려줬는데, 그 친구가 이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최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에서 허위 매물을 올린 뒤 돈만 챙겼다는 의혹으로 경찰에 고발당한 프로축구 K리그1 축구선수 출신 A 씨의 중학교 동창 B 씨는 21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B 씨는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A 씨로부터 2020년 10월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처음 받고 1만 원을 송금했다. 이후에도 A 씨는 “병원비가 없다”, “교통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20차례 더 돈을 요구했고 B 씨는 10여 차례 돈을 송금했다. 이달 B 씨가 빌린 돈을 갚으라고 하자 현재 군복무 중인 A 씨는 “군 월급이 들어오면 갚겠다”며 차일피일 미뤘다. 그는 “돌려받지 못한 금액은 20만 원정도”라며 “다른 피해자들이 있다는 걸 알고서 그동안 속았다는 걸 알았다”라고 했다.
17일 A 씨로부터 중고거래 사기를 당했다는 제보가 여러 언론에 보도된 뒤 A 씨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했다는 다른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A 씨는 3일 중고거래 앱에 최신형 스마트폰 판매 글을 올렸다. A 씨는 이를 사겠다고 연락한 C 씨에게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는 축구선수다”라며 먼저 입금하면 나중에 만나서 물건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C 씨를 안심시키기 위해 직접 자신의 인터넷 인증서를 보여주고, 영상 통화로 얼굴을 보여줬다.
이후 C 씨가 A 씨의 말을 믿고 65만 원을 송금했는데, A 씨는 약속한 거래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C 씨가 따지자 A 씨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참다못한 C 씨는 A 씨를 사기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A 씨가 현재 군복무 중인 점을 확인 중이고 군과 협조해 사실 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다.
A 씨가 중학교 동창 B 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에 따르면 A 씨는 B 씨 외에도 여러 명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그 금액이 약 1500만 원에 달했다.
A 씨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 가운데 미성년 축구 팬도 있었다. A 씨 소속 프로축구팀 팬이었던 오모 군(16)은 지난해 7월 A 씨로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두 차례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에 오 군은 4만 원을 빌려줬는데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고 했다. 오 군은 “이름이 알려진 선수라 믿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금전 요구를 받은 10대 팬은 또 있었다. 윤모 군(14)은 10일 A 씨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했다. 윤 군이 “학생이라 돈이 없다”고 거절하자, A 씨는 “돈을 빌려달라고 했던 얘기를 다른 데 퍼뜨리지 말아달라”며 당부했다고 한다. A 씨의 프로축구 전 동료는 기자와 주고 받은 문자를 통해 “(A 씨가) 인터넷 불법 도박을 대학 시절부터 즐긴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A 씨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청하는 기자 질문에 “현재 수사 진행 중인 사항이라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는 문자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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