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년들의 주관적인 성인 인식이 지연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대가 되어서도 “이제 어른이 됐다”라는 느낌을 잘 받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늦어진 주관적 성인 인식은 결혼·출산 연령의 증가로 이어져 저출산 현상의 한 가지 원인이 됐다고 한 전문가는 분석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유민상 연구위원은 22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포럼에서 ‘성인 이행기 청년의 결혼과 출산 인식과 함의’를 발표했다.
유 연구위원은 발표에서 최근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들처럼 ‘새로운 성인기’(emerging adulthood)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성인기는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의 급격한 전환이 아닌, 그 사이에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안정적인 직업 및 독립을 탐색하는 성인 이행기를 뜻한다.
유 연구위원은 새로운 성인기의 특징이 나타나면서 청년들의 주관적인 성인 인식이 지연돼 결혼과 출산 연령도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 연구위원이 근거로 제시한 청소년·청년 인식 조사를 보면, 만 30세(1992년생) 140명 가운데 항상 성인이 됐다고 느끼는 성인은 16%에 불과했다.
유 연구위원은 “20대 후반에서 30대가 되더라도 (항상 성인이 됐다고 느끼는) 비율이 크게 높아지진 않았다”며 “청년기를 시작하는 만 18~19세 청년들 중에서 항상 성인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청년들을 만나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며 “취업을 하고 일자리를 가졌지만, 아직까지 나 스스로 모든 것들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끔은 어른인 것 같은데, 가끔은 아닌 것 같다’고 실제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유 연구위원은 성인 이행기의 출현과 사회 진출의 어려움이 청년의 자립을 늦췄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학·대학원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립할 수 있는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다”며 “청년들을 만나보면 그 시기에 공부를 한다든지 취업 준비를 하면서 시기를 유예시키고 있는데, 사회로 나가는 것들이 너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가 청년 세대뿐만 아니라 청소년 세대에게까지 나타나고 있는 시대적, 거시적인 변화라고 봤다. 따라서 개인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보다는 환경을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저출산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유 연구위원은 진단했다.
유 연구위원은 “성인 이행기 청년들에게서 결혼은 여전히 선호되는 선택지이며 자립 기반이 마련될 경우 결혼과 출산에 대한 경로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며 “청년 정책과 저출산 정책 역시 개인의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사후적인 접근을 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지향에 기반한 선택과 이를 실현하고 안정화시키기 위한 자립 지원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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