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봉투를 배달하던 퀵 서비스 배송기사가 기지를 발휘해 마약류를 주고받는 현장을 잡아냈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20대 남성 1명과 여성 1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21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일 대전 중구에 있는 한 주차장에서 오토바이 배달 기사를 통해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을 주고받으려한 혐의를 받는다.
배달을 주문받은 40대 퀵서비스 기사 김 모 씨는 하마터면 마약 운반책이 될 뻔했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SBS에 따르면, 김 씨는 사건 당일 배송 플랫폼에서 의뢰받은 배달 건으로 야외 공영 주차장에서 약 봉투를 건네받았다.
봉투에는 아무런 약국 이름도 적혀있지 않았고, 도착지도 집이 아닌 우편함이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 씨는 봉투 안을 들여다봤고, 수십 개의 반투명한 캡슐 알약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김 씨는 곧장 약국을 찾았다. 약을 본 약사는 깜짝 놀라며 “이거 어디서 났냐? 나도 이거 처방 못 한다. 유통 자체가 불법이다”라고 설명했다.
김 씨가 건네받은 약의 이름은 ‘산도스 졸피뎀’으로 통상 수면제로 쓰이지만 의존성 등의 이유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규정돼 있고,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품이다.
김 씨는 배송플랫폼 회사에 문의했지만 ‘돌려주거나 배송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는 졸지에 마약류 운반책으로 몰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겁이났다. 그렇다고 돌려주자니 해코지 당할 것 같아 불안했다. 배송기사의 실시간 위치가 노출되는 상황에서 가족이 있는 집으로 갈 수도 없었다.
결국 김 씨가 경찰서를 찾은 뒤 경찰이 회사에 연락하고 나서야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
배송 플랫폼 업체 측은 불법 의약품에 대해선 의사 처방전 여부 확인과 수사기관 신고 등의 절차를 담은 내부 운영 가이드가 있었는데, 제대로 안내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다시 내부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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