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를 함께한 동료를 협박하며 돈을 뜯어내다 죽음으로까지 내몬 20대들에게 대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23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강도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와 B·C 씨에게 각각 징역 11년과 10년, 8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은 2021년 8월 충남 서산에 있는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가 폭행한 뒤 손도끼를 들어 보이며 1000만 원 지급 각서를 쓰게 하고 35만 원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의 군대 선임이었던 B 씨와 중학교 동창이었던 C 씨는 도박 빚이 있었다. 이들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피해자 후임이었던 A 씨와 모의해 “호구가 한 명 있다. 대출까지 받게 하자”며 범행을 계획했다.
이들은 피해자를 옥상으로 끌고 가 길이 37㎝의 손도끼를 주변 구조물에 내려치며 협박했다. 이후 ‘오후 6시까지 1000만 원에 대한 금액 또는 해결책을 알려주기로 한다. 불이행 시 전 재산 압류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게 했다.
B 씨는 피해자를 차에 태우고 서산 일대를 3시간가량 돌아다니며 협박해 대출을 신청하게 했다. A 씨는 B 씨에게 진행 상황을 지속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이들과 헤어지고 4시간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건 당시 현역 군인 신분이던 A 씨는 1심을 맡은 군사법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가 민간 법원에서 열린 2심에서 징역 11년으로 형량이 가중됐다.
군사법원은 A 씨에 대해 강도치사보다 가벼운 특수강도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강도치사죄를 인정하려면 강도행위와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하고,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피해자가 자신을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도, 누군가를 무서워한다는 점만으로는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A 씨에게 피해자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 씨는 피해자가 평균적인 일반인보다도 소심한 성격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며 “피해자가 극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느껴 극단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 씨가 피해자 극단 선택을 안 직후 보인 반응을 보면 전혀 뜻밖의 일로 예상하지 못했다기보다는 ‘느낌이 좋지 않았었다’고 말하는 등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이 결국 발생했다는 뉘앙스”라고 설명했다.
B 씨와 C 씨에 대해서는 1심과 2심 모두 강도치사 등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이들의 협박이 피해자 사망 추정 시각까지 계속됐고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 가능성을 예상한 대화를 했다는 점 등을 들었다.
대법원은 2심까지의 판단에 법리 오해 등 문제가 없다고 보고 처벌을 확정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