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주거지에 침입해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7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정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성폭력처벌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3일 전주지법이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에 위헌소지가 있다”며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주거침입 강제추행죄’라고도 부르는 해당 조항은 주거침입의 죄를 범한 사람이 준강간, 강제추행 등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이다.
헌재는 “주거침입죄와 강제추행?준강제추행죄는 모두 행위 유형이 매우 다양하다”며 “이들이 결합된다고 해서 행위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그 법정형의 폭은 개별적으로 각 행위의 불법성에 맞는 처벌을 할 수 있는 범위로 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을 일률적으로 높게 책정하고 있다”며 “강제추행 또는 준강제추행의 불법과 책임 정도가 경미해도 모두 중하게 처벌하는 것은 책임주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그 법정형이 형벌 본래의 목적과 기능을 달성함에 있어 필요한 정도를 벗어났고 각 행위의 개별성에 맞춰 그 책임에 알맞은 형을 선고할 수 없을 정도로 과중하므로 책임과 형벌간 비례원칙에 위배된다”며 위헌 결정했다.
이에 이선애 재판관은 “2020년 5월 성폭력처벌법 개정시 국회 입법과정에서 제3조 제2항의 특수강도강간죄와 혼동해 실제 심의 대상이 되는 같은 조 1항의 주거침입강제추행·준강제추행죄를 심의하지 않은채 법정형 상향을 의결한 사정이 확인된다”며 “해당 조항은 국회의원들의 토론에 의한 심의가 누락된 채 의결됐다는 중대한 오류가 있으므로 위헌”이라는 별개의견을 냈다. 별개의견은 다수 의견과 결론은 같지만 이유는 달리하는 의견을 말한다.
A씨는 2020년 5월22일 오전 8시14분 전북 전주시 B씨 집에 침입해 B씨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사건을 심리하던 전주지법은 “성폭력처벌법 제3조 제1항은 두 죄를 결합했다는 것만으로 법정형이 지나치게 높아 책임과 형벌간 비례원칙에 위반된다”며 2021년 1월20일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직권 제청했다.
이후 이 사건에는 같은 조항에 제기된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 등 총 32개의 사건이 병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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