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산화형 착화제가 쓰인 번개탄 생산을 금지한다는 보건복지부(복지부)의 자살예방 대책이 논란이 된 가운데 복지부는 여전히 “효과가 있는 대책”이라고 해명하고 있어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23일 설명자료를 내고 “‘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안’(2023~2027)의 109개 과제 중 하나로 포함된 것”이라며 유해성이 높은 번개탄 생산 금지 대책은 일부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복지부는 새로운 대책이 아니라 산림청이 지난 2019년 번개탄에 산화물질을 사용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고시를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시는 유예를 거쳐 내년에 시행된다.
나아가 세 번의 보도 설명자료와 기자설명회를 통해 유독성 높은 번개탄 생산을 금지하는 대책이 자살예방대책에 포함된 배경에 대해 “자살예방 효과가 있다”고 재차 설명했다.
이두리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전날 출입기자단 설명회를 열고 “2020년 1월에 농약(그라목손)과 일산화탄소(번개탄)를 자살위해물건으로 고시해 관리를 강화하면서 자살 사망자 수가 감소한 바 있다”며 “산화형 착화제를 사용한 번개탄은 불붙는 속도가 높은데 천천히 붙거나 불완전연소로 치명성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살예방을 목적으로 유독성 높은 번개탄 생산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자살위해수단으로서의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에 따라 대책에 포함했다는 얘기다.
이 과장은 “자살 시도는 상당 부분 충동적이어서 그 순간을 안정시키면 (자살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며 “자살위해수단이 많이 노출되면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외국 사례에서 볼 수 있다. 빈번하게 사용되는 자살수단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은 더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확산된 비판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의 자살예방대책이라면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설치 또는 번개탄에 대한 접근성을 낮춰 사망자 수가 줄어들더라도 자살 원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다른 수단을 찾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조롱 섞인 비판이 대다수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들은 한강 투신자가 많은데 한강 다리도 다 없애야 한다, 철로 투신자가 많은데 철로도 다 폐쇄해야 한다, 10층 이상 건물도 다 허물어야 한다고 말한다”며 “조소와 냉소로 가득하다. 건물 관리 강화를 통해 자살률을 낮추겠다는 생각 자체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살 수단이 될 수 있는 물건을 생산 금지하면 번개탄을 이용한 자살자는 줄어들지 몰라도 전체 자살자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살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이번 대책에 ▲경제위험군·정신건강위험군 등 취약계층 대상 자살예방대책 ▲생애주기 및 생활터별 맞춤형 자살예방대책 ▲생명존중안심마을조성 통한 지역 사회안전망 강화 ▲복지 사각지대 발굴과 연계한 정신건강위험군 발굴·관리 등 자살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것들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의견수렴을 거쳐 기본계획(안)을 보완하고 국무총리 주재 자살예방정책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내달 말께 기본계획을 확정·발표할 방침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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