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한다”고 재판부에 외친 이기영, 단 한 장의 반성문도 안 써

  • 뉴스1
  • 입력 2023년 2월 23일 17시 00분


택시기사와 집주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1월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4/뉴스1
택시기사와 집주인을 잔인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이기영이 1월4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4/뉴스1
2명을 잔혹하게 살해한 이기영(32)이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차분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면서 우렁차게 목소리를 냈다.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동거녀와 택시기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강도살인 등)를 인정하며, 범죄사실을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스1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기영은 지난달 19일 구속된 뒤로 단 한 장의 반성문도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다. 진정 반성하는 것인지 의구심을 들게 하는 부분이다.

전날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 첫 재판까지 무려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있었지만, 반성을 위한 어떤 행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이기영의 행동은 일반적인 형사사건 피고인들의 모습과 다르다. 보통 형사재판을 앞둔 피고인들은 법원에 여러 장의 반성문을 제출한다. 재판부에 반성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형량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실제 서울 신당역 살인사건의 피고인 전주환(32)도 첫 정식 재판을 앞두고 6차례 넘게 반성문을 법원에 냈다. 노원구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26)도 첫 공판 전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했다.

이기영의 변호인은 전날 법원 앞에서 ‘(이기영이) 반성문을 제출하지 않았는데 태도에 변화가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범죄사실을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에게 죄송한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고 답할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psychopath·반사회적 성격장애) 성향이 있는 이기영이 반성을 하지 않음은 물론 죄책감도 없다고 진단했다. 이기영은 ‘대검 통합심리분석’ 결과 자기중심성, 반사회성, 이기적 특성을 보이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관찰됐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이코패스인 이기영이 수사기관을 상대로 취한 행동을 볼 때 그에게서 죄책감은 찾아볼 수 없다”며 “반성문을 작성하지 않은 이유도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반성문도 성실함이 있어야 쓰는데 이기영의 경우 삶 자체에서 성실함을 찾아볼 수 없다. 이기영은 그 정도의 성의가 없다”며 “또 변호사를 통해 돈을 주고 대필하는 피고인들도 있는데 이기영은 금전적 여유가 없다보니 반성문 대리작전은 포기한 것 같다”고 밝혔다.

동거녀 사체 수색도 난항이다. 경찰은 이기영이 동거녀 A씨의 시신을 유기했다고 지목한 경기 파주시 공릉천 일대를 지난해 12월27일부터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1개 대대(20여명)의 수색 인력을 매일 투입하고 있다.

이기영은 강도살인, 보복살인, 사체은닉, 컴퓨터 등 사용사기, 사기, 정보통신망침해, 사문서 위조·행사,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 9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기영은 지난해 8월3일 파주시 아파트에서 A씨의 머리를 둔기로 10여 차례 폭행해 살인하고, 사체를 공릉천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12월20일 고양시에서 음주운전 접촉사고를 일으킨 후 상대방인 60대 택시기사 B씨를 파주 집으로 유인해 둔기로 때려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은닉한 혐의도 있다.

(고양=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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