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사전담기구인 국가수사본부(국수본) 2대 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물러난 정순신 변호사(57)의 아들 정모 씨(22)는 고교 재학 시절 피해 학생에게 “돼지 XX”, “빨갱이 XX”라고 하는 등 상습적 언어폭력을 저질러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인권감독관이었던 정 변호사는 전학 결정이 내려지자 아들의 법정 대리인으로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을 진행했다.
26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정 씨의 행정소송 판결문에 따르면 2017년 기숙사 생활을 하는 유명 사립고에 입학한 정 씨는 1학년 1학기부터 피해 학생 A 씨에게 모욕감을 주는 발언을 되풀이했다. A 씨가 기숙사 방에 찾아오면 “돼지라 냄새가 난다”고 했고 A 씨 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제주도에서 온 돼지 XX”라고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A 씨는 정 씨의 괴롭힘 때문에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어 입원 치료를 받았다. 2018년 2월에는 학교에 출석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고, 3월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정 씨의 학교 폭력은 2018년 3월 A 씨가 학교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다른 피해 학생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학교 교사는 “(A 씨 외에) 다른 타깃을 만들어 굉장히 비슷한 패턴으로 그 학생한테 모멸감을 주는 식으로 웃음을 유발했다”고 했다.
이 학교 교사가 “정 씨를 선도하려 노력하는데 정 씨 부모가 많이 막고 있다”고 말한 내용도 적시돼 있다. 정 씨 부모는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며 학교폭력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결국 학교 측은 전학 처분을 결정했다.
정 씨 측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학생징계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 씨 측은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한편 징계 처분 취소 행정소송도 제기했지만 1, 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도 전학 처분이 확정됐다.
판결문에 기록된 당시 학교폭력 조사 보고서에는 정 씨가 주변에 당시 검사였던 아버지에 대해 자랑하면서 “검사 직업은 다 뇌물받고 하는 직업”이라거나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 판사랑 친하면 재판에서 무조건 승소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목격자 진술도 담겼다.
고교 시절 정 씨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다는 B 씨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 씨는 3학년이 되는 첫날 ‘전학 간다’는 인사만 하고 떠났다. 평소 본인의 보수적 정치 성향에 대해 스스로 언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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