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기 성남시에 있는 가천대에 입학하는 김모 양(18)은 23일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충남 공주시에 사는 김 양은 기숙사를 신청했지만 치열한 경쟁 탓에 탈락했다. 학교 인근에 자취방을 구하려 했는데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을 감당할 능력이 없었다. 지인이 사는 종로구에서 통학하기로 결정한 김 양은 “16.5㎡(약 5평) 남짓한 원룸에 2명이 함께 지낸다. 지하철을 3번 갈아타고 통학하는 데 왕복 3시간 넘게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 대학생 “알바하고 대출받아 월세”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나고 대면 수업이 재개된 대학가에는 개강을 앞두고 주거난을 호소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과 비교하면 월세가 부쩍 오른 데다 난방비 등 공과금 인상에 따라 전반적인 주거 부담이 커진 탓이다.
실제로 서울 주요 대학가 월세는 전년 대비 크게 올랐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이화여대 인근 평균 월세는 2021년 11월 51만7000원에서 지난해 11월 69만1000원으로 17만4000원(33.7%)이나 올랐다. 한양대 일대 월세는 같은 기간 26.5% 상승했다. 한양대 재학생 박모 씨(21)는 “자취방을 구하다 보니 지난해와 비교할 때 같은 조건의 방이 최소 10만 원 넘게 올랐다. 결국 친구 3명과 함께 19.8㎡(약 6평) 원룸에서 함께 살면서 생활비를 아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 대학생들은 주거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대출도 받는다. 성균관대 신입생 김모 씨(19)는 매달 50만 원씩 월세와 공과금으로 내야 하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한국장학재단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았다. 김 씨는 “이미 카페와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전기요금, 난방비 등 공과금마저 크게 올라 버티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 기숙사 경쟁률은 더 치열해져
대면 수업이 재개된 데다 자취 비용이 크게 오르면서 기숙사 입주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서강대 기숙사의 경우 지난해 지원자 전원이 기숙사에 입소했던 것과 달리 올해 기숙사 경쟁률은 2 대 1로 지난해에 비해 2배가량이나 됐다. 기숙사 10곳에 1465명을 수용하는 성균관대의 경우 새 학기를 맞아 수용 인원을 23명 늘렸지만 지원자는 146명이나 늘어 더 경쟁이 치열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숙사 배정 기준을 둘러싼 불만도 나온다. 광주에 사는 서울대 신입생 박모 군(18)은 “주거 비용 감당이 안 돼 학교에서 1시간 걸리는 친척 집에서 통학하기로 했다”며 “기숙사 입소 대상을 정할 때 집이 먼 곳에서 진학한 학생에게 우선권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기숙사에 떨어진 이들이 자취방보다 저렴한 셰어하우스로 몰리는 현상도 나타난다. 경기 남양주시에 사는 고려대 재학생 윤서현 씨(20)는 “기숙사에 떨어진 후 인근 셰어하우스를 알아봤는데 대기자가 30명가량 있다고 하더라”며 “당분간 자리가 날 때까지 지하철과 버스를 3번 넘게 갈아타면서 편도 1시간 반 걸리는 거리를 통학할 생각”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청년 주거 공간을 늘리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학 기숙사를 늘리는 동시에 정부가 공급하는 청년주택을 대학가에 배정하는 등 다양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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