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문제를 일으켜 재학 중이던 명문 사립고에서 전학 처분을 받았던 정순신 변호사(57)의 아들 정모 씨(22)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100% 반영되는 정시 전형으로 2020년 서울대에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수사전담 조직인 국가수사본부 본부장에 임명됐던 정 변호사는 인사검증 과정에서 아들의 학교폭력 관련 소송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가 논란이 되자 사임했다.
2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 변호사의 아들 정 씨는 정시 전형을 통해 2020학년도 서울대 인문계열 ‘광역 모집’에 합격했다. 당시 서울대 정시 모집 요강에 따르면 사범대 체육교육과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능 점수 100%’로 신입생을 선발했다.
다만 당시 모집 요강에는 “최종 합격자 선정 시 학내·외 징계를 포함한 교과 외 영역을 감점 자료로 활용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입시 업무를 담당했던 서울대 관계자는 “모든 정시 합격자를 대상으로 학내·외 징계 여부를 검토했다”며 “정 씨가 학내 징계를 이유로 얼마나 감점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입학 절차상 큰 문제가 없는 정도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변호사는 “(정 씨가) 강제전학을 갔기 때문에 수시로 대학에 갈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강제 전학 처분 내용이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남아있다 보니 생기부를 중요하게 보는 수시 전형 대신 정시 전형을 택했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수시 전형은 단과대별 입학사정관을 통해 교수들이 직접 생기부 자료를 검토하지만 정시 전형은 수능 성적만 반영하기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울대는 2023학년도 정시 전형부터 ‘수능 100% 평가’ 기준을 ‘수능 80% 내신 교과 평가 20%’로 변경했다.
정 씨의 지인 A 씨는 “정 씨의 수능 점수가 서울대 입학에 부족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본인도 학교폭력 문제로 전학 조치된 후 ‘수시로는 방법이 없으니 정시에 집중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서울대 학생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학교폭력 가해자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다”, “학생 본분에 어긋난 행동을 한 경우 징계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정 씨를 퇴학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서울대 관계자는 “판결문 검토 등을 통해 내용을 파악하는 대로 대처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입학 전의 사유를 들어 학생을 징계한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