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 오색케이블카… 41년만에 설치 결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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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통과
“연내 착공… 2026년 운영 시작”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가 논의가 시작된 지 41년 만에 사실상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연내 착공을 서둘러 2026년 운영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은 27일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 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제시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환경부의 조건은 충분히 이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전격 수용하겠다”며 “남은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밟아 연내 착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색케이블카 사업은 강원 양양군 서면 오색리부터 설악산 최고봉인 대청봉에서 직선거리로 1.52km 떨어진 끝청 하단(해발 1430m)까지 케이블카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1982년 논의가 처음 시작됐으나 자연 훼손 등의 이유로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

논의가 다시 본격화된 건 2012년부터다. 하지만 원주지방환경청은 2019년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양양군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는 2020년 12월 “환경청 결정이 부당하다”고 결론지었다. 이후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이 진행됐고 이날 ‘조건부 동의’로 결정이 바뀐 것이다.

이날 결정에 대해 주민들은 ‘40년 지역 숙원 사업이 해결 수순을 밟게 됐다’며 환영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오색케이블카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는 점을 들며 “정권 눈치를 보느라 설악산을 제물로 삼았다”, “국립공원을 팔아넘긴 파렴치한 집단”이라는 등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접근성을 높일 것이란 긍정적 전망과 함께 다른 국립공원에서도 연쇄적 케이블카 설치 승인이 이어지며 자연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오색케이블카 지역경제 활성화” vs “환경파괴”


41년만에 조건부 통과


“경제적 파급효과 1500억 달해… 장애인 등 교통약자 접근성 높여”
“멸종위기 산양 생태교란 우려, 지리산 등서도 추진땐 자연훼손”


이날 환경부는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상부 정류장 규모 축소 △자연경관과 조화로운 설계 △풍속, 적설 등 강화된 설계 기준 △산양 등 법정 보호종에 대한 모니터링 △법정 보호 식물 등에 대한 추가 현지 조사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이 같은 조건을 이행하면서 연내 착공하고 2026년 운영을 시작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 “관광 활성화로 지역경제 회복”
강원도와 양양군은 오색케이블카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오색케이블카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1520억 원, 고용유발 효과는 935명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되면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 등 교통약자들도 손쉽게 설악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게 된다. 8인승 케이블카 53대가 자동순환식으로 운행되면 시간당 최대 825명을 실어 나르기 때문이다. 예상 탑승 인원은 연간 50만∼100만 명에 달한다.

김진태 지사와 김진하 양양군수, 정준화 오색케이블카추진위원장은 이날 도청 브리핑룸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김 지사는 “만시지탄이지만 154만 강원도민과 함께 환영한다”며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설악산 환경은 강원도가 먼저 챙기겠다”고 했다. 김 군수는 “41년 동안 국립공원계획 부결 2회, 문화재현상변경 불허가,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등 숱한 위기가 있었다”며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모든 이들이 이용하는 시설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최대 난관을 통과한 만큼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 심사, 교통안전공단의 설계안전도검사 등 남은 11개 인허가 절차를 속도감 있게 진행할 방침이다. 당초 460억 원가량으로 예상됐던 사업비는 환경영향평가가 길어지면서 약 100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환경·시민단체 “강력한 저지 투쟁 전개”
환경단체 등은 즉각 반발했다. 설악산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환경 전문기관의 거듭된 부정 평가는 무시한 채 케이블카를 추진하라는 윤 대통령의 하명만 받들었다”며 “강력한 저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국책 연구기관들도 환경 훼손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공개한 한국환경연구원(KEI) 검토 의견에는 “자연 원형이 최우선적으로 유지, 보전돼야 하는 공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적시돼 있다. 국립공원공단,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등도 “환경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멸종위기종인 산양의 생태 교란이 우려된다” 등의 지적을 했다.

시민 반응도 엇갈린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윤여훈 씨(65)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도 설악산 풍경을 손쉽게 감상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진성원 씨(58)는 “매년 대여섯 차례 설악산을 등산하는데 케이블카 설치를 위해 공사 도로를 만들고 철골 기둥을 세우는 과정에서 자연경관이 훼손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강원도당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정의당 강원도당은 “환경부는 환경파괴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란 입장을 냈다.

이날 결정을 두고 지리산과 북한산, 속리산 등 다른 국립공원에서 추진 중인 케이블카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설악 오색케이블카#설치 결정#조건부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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