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북송 의사결정에 관여”…檢, 정의용·노영민·서훈·김연철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28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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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어민 강제 북송에 관여한 혐의로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당시 고위급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최종 책임자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28일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정 전 실장과 노 전 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수감 중),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등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지목된 탈북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탈북 어민이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탈북 어민들은) 구두로 4회 이상, 매일 귀순 의사를 표명했다”며 “그럼에도 서 전 원장은 귀순 요청 내용을 보고서에 삭제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기소된 4명 모두 북송 의사결정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정 전 실장도 검찰에서 “노 전 실장 및 서 전 원장과 다 상의해 결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실장 측 변호인은 “정권 교체 후 보복을 목적으로 한 정치적 수사”라며 반발했다.

2019년 11월 2일 탈북 어민 2명은 동해상에서 어선을 몰고 남쪽으로 향하다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한국 해군에 나포됐다. 당시 정부는 살인 등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만큼 보호 대상이 아니라며 닷새 만인 7일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 검찰 “남북관계 경색 타개 목적 작용”

검찰은 탈북 어민들이 동료 선원을 살해한 피의자라도 강제 북송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헌법과 법률은 북한 주민 또는 북한이탈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국내 사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강제로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은 위법”이라고 했다.

검찰은 어민들이 귀순 의사를 4차례나 밝힌 만큼 ‘귀순 진정성이 없다’는 정 전 실장 측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했다. 또 북송 결정 배경에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과 같은 달 예정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정치적 상황이 작용했다고 봤다.

검찰은 북송 결정의 최종 책임자는 안보라인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정 전 실장이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실질적 책임은 서 전 원장도 못지않으며, 노 전 비서실장 역시 북송 결정 과정에 상당한 핵심 역할을 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선 “현 단계에서는 (문 전 대통령을 조사할) 증거와 법리가 갖춰지지 못했다”면서도 보수 시민단체의 고발 건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6명을 살해한 흉악범을 막고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킨 것을 강제북송이라는 꼬리표를 덧씌워 기소한 것은 희대의 코미디다. 실체 없는 강제 북송 기소는 정치보복”이라며 비판했다.

● ‘청와대 핵심 3실장’ 5명이 수사·재판 중

이번 기소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핵심인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 중 5명이 재판이나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이 됐다.

노 전 실장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취업에 관여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 전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은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대전지검으로부터 지난해 11월 압수수색을 받았다. 유영민 전 비서실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시절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올 1월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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