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을 누르자 아바타가 이렇게 말하며 고개 숙여 인사합니다. ‘메타버스 서울’ 속 서울시청 6층 시장실에 서 있는 오 시장의 아바타입니다. 인사하지 않을 때는 좌우로 고개를 돌리거나 헛기침을 하는 등 꽤나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중앙의 원형 테이블과 구석에 배치된 테이블 등 ‘메타버스 시장실’도 실제 시장실 모습과 똑같습니다.
올 1월 16일 서울시는 “전 세계 도시 최초의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이라며 메타버스 서울을 공개했습니다. 경제, 교육, 세무, 행정 등 다양한 공공 서비스를 하나의 가상 플랫폼에 담아 선보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오 시장은 당시 기자설명회에서 “메타버스 서울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모두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포용적 행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하루 평균 624명 방문…그마저도 하락세
메타버스 서울에는 시장실뿐 아니라 다양한 시정이 구현돼 있습니다. 본인이 설정한 아바타로 푸른 잔디의 서울광장과 시청 1층을 다니는 것은 물론, 120민원 채팅 상담과 서류 발급, 지방세 계산(택스스퀘어)도 가능합니다. 공간별 사용 비율은 서울시장실(26%), 120다산콜센터(21%), 아바타 가상상담실(16%), 택스스퀘어(11%), 핀테크랩(11%), 기업지원센터(9%), 월디 시민랜드(6%) 등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제페토’나 ‘게더타운’ 같은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에 행정 공간을 구현하려는 시도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메타버스 플랫폼을 직접 만든 것은 세계 도시 가운데 서울시가 처음입니다. 미국 타임지가 메타버스 서울을 공공 분야 최고 발명품 중 하나로 꼽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메타버스 서울 방문자 수 및 앱 설치 건수 추이>
자료: 서울시
그렇다면 서울 시민들은 메타버스 서울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을까요? 서비스를 시작한 1월 16일부터 지난달 26일까지 42일간 메타버스 서울의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624명, 애플리케이션(앱) 설치는 267건입니다. 같은 기간 총 방문자 수는 2만6228명, 앱 설치는 1만1194건입니다. 비슷한 시기 정식 출시된 메타버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본디’가 한 달 만에 다운로드 500만을 훌쩍 넘긴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마저도 점차 하락세입니다. 출시 후 첫 일주일(1월 16일~2월 22일)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1130명이었지만, 최근 일주일(2월 20일~26일)은 540명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앱 설치도 612건에서 215건으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주말에는 사용량이 더 떨어집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바깥 활동이 많은 주말에 행정 서비스를 사용하려는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시민 호응 얻는 ‘핫플’ 되려면…
물론 SNS와 행정 서비스를 1대1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입소문을 탄 ‘핫플 SNS’보다 공공이 만든 행정 서비스가 인기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죠. 그래서 오히려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이 필요한 이유가 뭘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서울시장실 오 시장 아바타가 신기하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메타버스 서울을 들락날락하고 싶진 않을 것 같습니다. 민원 서류 발급이나 지방세 계산도 기존 홈페이지를 이용하면 더 빠르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을 위해 만들었다는 ‘핀테크랩’에는 아직 홍보자료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2단계 사업을 통해 시민 안전 체험관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추가하는 등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것”이라고 합니다. 취약계층 학생에게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울런’ 멘토 서비스도 개시하는 등 활성화 방안도 강구 중입니다.
메타버스 서울을 활성화하는 방안은 간단하고도 어렵습니다. 메타버스 서울에서만 이용할 수 있고, 기존 행정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서비스가 다양하게 있어야 합니다. 서울시가 메타버스 전문가들과 폭넓게 소통하고 시민의 ‘니즈’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서비스라도 시민들이 외면한다면 “굳이 예산을 들여 왜 만들었나”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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