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보다 따뜻”… 40년된 무학경로당의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일 03시 00분


서울시, 제로에너지빌딩 전환사업

서울 성동구 무학경로당 할머니방에서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준공된 지 약 40년 된 이 경로당은 지난해 서울시의 
‘제로에너지빌딩 전환 사업’에 선정돼 내·외부 단열 장치와 고효율 냉난방기 등을 설치하고 올 1월 다시 문을 열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서울 성동구 무학경로당 할머니방에서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준공된 지 약 40년 된 이 경로당은 지난해 서울시의 ‘제로에너지빌딩 전환 사업’에 선정돼 내·외부 단열 장치와 고효율 냉난방기 등을 설치하고 올 1월 다시 문을 열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예전에는 기름값 아낀다고 제대로 난방도 못 했는데, 이제 매일 아침을 따뜻하게 맞고 있네요.”

올 1월 리모델링을 마친 서울 성동구 무학경로당에 자주 온다는 지역 주민 오세양 씨(82)는 지난달 21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무학경로당은 지난해 서울시의 ‘제로에너지빌딩(ZEB) 전환사업’에 선정돼 내·외부 단열 장치와 고효율 냉난방기 등을 설치했다. 오 씨는 “따뜻하다고 소문나 그런지 예전보다 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며 “‘집보다 좋다’며 찾아오는 노인들도 많다”고 했다.

● 노후 복지시설 에너지성능 개선
서울시는 2020년부터 경로당과 어린이집 등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후 설비를 교체하고 친환경 설계를 도입하는 ZEB 전환사업을 진행 중이다. 에너지 사용량이 최신 건물에 비해 최대 43%나 많은 노후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사업이다. 시 관계자는 “먼저 건물의 단열 성능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건물 지붕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등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시는 지난해 경로당 12곳과 어린이집 85곳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115곳에 대해 사업을 진행하는 게 목표다. 비용은 자치구의 재정상태에 따라 시와 구가 5 대 5 또는 6 대 4로 분담한다.

무학경로당은 준공된 지 약 40년 된 건물로 지난해 선정됐다. 기자가 직접 무학경로당 할머니방에 들어서자 방바닥은 물론이고 공기 중에서도 따뜻함이 느껴졌다. 보일러 계기판을 확인해보니 설정 온도는 23도, 현재 온도는 20도였다.

성동구 관계자는 “이중창을 설치하고 건물 외벽에 26cm 두께의 스티로폼을 덧대는 방식으로 단열 조치를 했다”며 “기존에 사용하던 석유 보일러 대신 전기로 온수 난방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효율을 높였다”고 했다.

시는 일조량이 많은 경로당의 입지를 고려해 12kW 용량의 태양광 시설도 설치했다. 그 결과 97.5㎡(약 29평)인 경로당은 1월 한 달 전기요금이 약 20만 원밖에 나오지 않았다. 같은 기간 동안 비슷한 규모의 경로당이 낸 전기세의 절반 정도다.

시 관계자는 “무학경로당은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봄부터 가을까지 경로당에서 사용하고 남은 전기는 한국전력공사에 다시 판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노후화된 공공건물을 저탄소 건물로

시는 시설 노후화로 운영이 중단된 공공건물들을 ‘제로에너지 건물’로 탈바꿈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공연 연습 공간으로 사용되던 ‘남산창작센터’다. 시는 운영이 중단된 남산창작센터의 바닥, 벽, 천장에 단열 성능이 우수한 ‘준불연 단열재’를 설치했다. 고효율 창호, 시스템 냉난방기 등도 도입했다. 그 결과 에너지 소요량이 예전 대비 77% 수준까지 줄었다. 시는 이곳에 조만간 영상 스튜디오를 열 계획이다.

이인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에너지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저탄소 공공 건물이 확산되면 어린이, 노인 등 취약계층들도 폭염과 한파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학경로당#제로에너지빌딩#전환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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