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은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한목소리를 낸 작품 아닙니까.”(김구 선생의 손자 김진 전 광복회장 직무대행)
제104주년 3·1절인 1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104년 전 수천 명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며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던 그곳에서 조혜자 여사(81)와 김진 전 직무대행(74)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손을 맞잡았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처음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헌신했지만 광복 후 의견 차이로 갈라섰던 정치적 라이벌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구 선생의 후손이 독립운동 정신 계승이란 대의 앞에서 화해와 통합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 “독립운동 정신 되새기길” 입 모은 두 사람
서울 종로구는 이날 탑골공원에서 ‘104주년 3·1운동 기념식 및 탑골공원 성역화 범국민추진위원회 발기인대회’를 열었다. 조 여사와 김 전 직무대행은 범국민추진위 발기인을 맡은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의 초대를 받아 행사에 ‘특별 손님’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전 원장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다.
상아빛 한복을 차려입은 조 여사는 “시아버님도 김구 선생도 독립을 향한 마음은 똑같았다”며 인사를 건넸다. 검은색 외투를 입은 김 전 직무대행도 “독립운동 정신을 생각하면 후손으로서 이곳에 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행사 내내 제일 앞줄에서 바로 옆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며 행사를 지켜봤다.
조 여사는 시아버지와 김구 선생의 생전 관계를 회상하며 “김구 선생이 아버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잘 따르셨다”고 기억했다. 김구 선생 순국(1949년) 이후 태어난 김 전 직무대행은 “할아버지를 직접 뵙진 못했다”면서도 “집안 어른들로부터 조부와 이승만 전 대통령이 광복 후 노선을 달리 했지만 광복 전에는 독립이란 하나의 목표 아래 헌신하셨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정치권과 국민을 향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조 여사는 “종교와 이념을 떠나 뭉쳤던 독립운동의 정신을 되새기면 좋겠다”며 “우리나라도 서로 뭉쳐 분열되지 않고 여러 어려운 상황을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김 전 직무대행도 “너무 과격하게 충돌하다 보면 더 큰 길과 목표를 잃을 수 있다”며 “여야도 우리처럼 화합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둘의 만남을 주선한 이 전 원장은 “김구와 이승만,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 불리는 두 분의 후손들이 만난 것 자체가 통합의 상징”이라며 “요즘 정치권에서 보이는 대립과 갈등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이 자리를 마련했다. 두 분의 만남이 계기가 돼 정치권의 화합으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 “3·1운동 발생지 탑골공원을 성역으로”
이날 기념식은 3·1운동이 시작된 탑골공원의 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1919년 3월 1일 민족대표 33인은 서울 종로구 요릿집인 태화관에 모여 독립선언식을 했는데, 그 직후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독립선언문이 낭독, 배포되면서 3·1운동에 불이 붙었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민족정신과 역사성을 투영한 ‘탑골공원 성역화 사업’을 통해 시민에게 열린 공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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