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전세사기 피해자 숨진 채 발견…유서에 “더는 못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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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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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지난해 11월 인천시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 촉구를 하고 있다. 뉴스1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 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이 지난해 11월 인천시청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책 마련 촉구를 하고 있다. 뉴스1
120억 원대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된 이른바 ‘건축왕’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2일 인천 미추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오후 5시 40분경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30대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 지인은 최근 그와 연락이 안 돼 집에 찾아갔다가 문이 열리지 않자 112에 신고했다. 출동한 소방당국이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숨진 A 씨를 발견했다.

A 씨 휴대전화에서는 메모 형태의 유서가 발견됐다. 휴대전화 기록상 유서는 지난달 26일경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에는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활동을 통해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며 ‘대책위 관계자와 지인들에게 고맙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전세사기 관련) 정부 대책이 굉장히 실망스럽다. 최근 직장을 잃은 데다 전세사기 피해로 7000만 원을 반환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출연장까지 안 돼 더는 버티기 힘들다’며 ‘저의 이런 결정으로 이 문제를 꼭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내용도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에 따르면 A 씨가 임차한 빌라는 2011년 주택 근저당권이 설정돼 있었다. 당시 기준으로 전세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기준은 6500만 원으로, A 씨는 7000만 원에 전세금을 임차해 변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A 씨는 빌라가 경매로 넘어가고 최근 은행권에서 대출연장을 확인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는 홀로 이 빌라에 거주하면서 구직 활동 중이었다.

대책위는 오는 6일 미추홀구 경인국철(서울지하철 1호선) 주안역 남광장에서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A 씨 사망과 관련해 추후 입장문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외부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해 범죄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 가족에게 A 씨 시신을 인계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건축왕’ B 씨(62)를 구속하고 공인중개사 등 공범 5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B 씨 등은 지난해 1~7월경 미추홀구 일대에서 소유한 주택 중 163채가 경매에 넘어갈 것을 예상하고도 전세계약을 맺어 피해자들로부터 보증금 약 126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건축업자인 B 씨는 10여 년 전부터 인천과 경기도에 건물을 신축한 뒤 분양가와 비슷한 액수의 전세 보증금을 받는 이른바 ‘깡통전세’ 방식으로 자금을 회수한 뒤 은행 대출을 더해 새 건물을 지으며 보유 주택을 2700채까지 늘렸다.

경찰은 “B 씨가 실소유한 주택 중 약 700채는 현재 경매에 넘어간 상태이고, 나머지도 대부분 전세 만기 시점이 오면 경매에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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