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할머니가 12세 손자 태우고 풀액셀 밟나”…아들의 대국민 호소

  • 뉴스1
  • 입력 2023년 3월 2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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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의 질주 영상. 이 사고로 10대 손자가 숨지고 운전자 60대 할머니가 크게 다치는 비극이 일어났다. (KBS)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일어난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의 질주 영상. 이 사고로 10대 손자가 숨지고 운전자 60대 할머니가 크게 다치는 비극이 일어났다. (KBS)
지난해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SUV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12세 아들을 잃은 아버지 이상훈씨의 애절한 국민동의 청원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이씨가 직접 인터뷰에 나서 진상 규명을 호소했다.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연결로 목소리를 전한 이씨는 “어머니가 평소에도 80㎞ 이상 밟아보신 적이 없으실뿐더러 거기가 600m 이상을 가속해서 달린 길인데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그 거리를 시속 110㎞ 이상으로 달릴 수 있는 데가 아니다”라며 억울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는 “짧은 순간이라 하면 (어머니가) 오작동을 했다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600m 거리를 손자 이름을 그렇게 다급히 외쳐가면서 계속 풀액셀을 밟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사고 발생 장소. (KBS)
사고 발생 장소. (KBS)
이씨는 충돌 직전 차량 속도, 엔진 회전수, 가속페달이나 브레이크 작동 여부를 자동으로 기록하는 프로그램인 EDR 검사 결과가 ‘가속 페달을 100% 밟았다’고 나온 것에 답답함을 표하며 “어떤 할머니가 손자를 태우고 풀액셀을 밟겠냐”고 했다.

이씨는 자신이 확보한 블랙박스나 CCTV 영상 속 증거에 대해 “1차 사고 직전 ABS(긴급 제동 시스템)가 정상적인 차였다면 작동을 했을 텐데 이 기능 자체가 작동됐다는 어떤 경고음도 블랙박스에서 들을 수 없었다”며 “1차 사고 직전 굉장히 이질적인 굉음의 소리가 났고, 다량의 액체를 분출했다는 것 자체가 차량에 문제가 발생해서 생긴 사고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가 가장 답답한 부분은 왜 비전문가인 유가족이나 사고자가 직접 급발진 의심 사고를 입증해야 되는가 하는 부분이다. 제조사 측에서 기계에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측에서 급발진임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이씨는 “최소한 급발진 의심 사고 시에는 제조사가 급발진을 발생시킬 수 있는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입증 책임 전환’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청원을 결심하고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상훈씨의 국민동의 청원이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했다.
이상훈씨의 국민동의 청원이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했다.
이 사건을 두고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매년 발생하는 급발진 사고는 약 400건 정도로 추산된다”며 “하지만 급발진 의심 사고에서 소비자가 승소한 경우가 0%”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문가들은 ‘(제조사가) 그냥 누워만 있어도 (소비자가) 알아서 져주는 법’이라고 얘기하기도 한다”며 휴대폰을 예로 들어 부연했다.

그는 “소비자가 먼저 급발진임을 증명해야 하는데 휴대전화를 생각하셔도 좋다. 우리가 통화를 하다가 끊어진다든지 프로그램이 돌아간다든지 하는 경험 있으신 분들 많을 거다. 거기다 바퀴를 붙였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운행을 하다가 비슷한 문제가 생기게 되면 자동차가 운전자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상 동작을 하는 것이 급발진의 모든 것인데 소비자 입장에서 이걸 밝힌다는 건 국내 구조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떨까.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급발진이 최종 원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소비자가 아닌 제조업체가 자사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밝혀야 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의 입증을 제대로 못하게 되면 합의를 종용한다. 결국 합의를 하면서 보상을 받다 보니 결론은 내지 않더라도 보상을 받는 구조이고, 또 공공기관이 조사에 적극적으로 들어가고 천문학적인 벌금과 집단소송제 등 소비자 중심으로 돼 있다 보니 제작사가 열심히 노력한다. 국내에서는 말씀드린 이런 것이 전혀 안 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씨의 국민동의 청원은 지난달 28일 ‘5만명 동의’ 요건을 충족해 국회 소관위원회인 정무위로 회부돼 제조물책임법 개정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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