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뽑으러 구급차 실려 은행간 80대 중환자…감사원·금감원 개선키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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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형병원 완화의료병동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복도를 오가고 있다. 2018.2.4/뉴스1
서울의 한 대형병원 완화의료병동에서 환자와 보호자가 복도를 오가고 있다. 2018.2.4/뉴스1
앞으로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병원비를 인출하기 위해 직접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도 가족 등 대리인의 도움을 받아 병원비를 낼 수 있게 된다. 앞서 산소호흡기인 ‘콧줄’을 단 80대 중환자가 병원비를 인출하기 위해 구급차에 실려 은행 창구에 방문한 ‘콧줄 중환자’ 사건이 발생하자 감사원이 이런 일이 없도록 시정에 나섰다.

감사원은 “국민들이 금융거래 과정에서 잘못된 제도와 관행으로 불편을 겪는 사례가 없는지 모니터링했다”며 금융감독원에 개선을 요구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앞서 감사원과 금융감독원은 5대 은행을 대상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예금 인출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점검했다. 그 결과 은행들은 의식이 없는 예금주에 한해서 가족을 포함한 대리인의 신청을 받아 은행이 병원비를 병원 계좌에 직접 이체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일부 은행들은 긴급 수술비에 한해서만 이체를 허용하고 있었다. 환자가 입원치료비를 인출하고 지급하기 위해 직접 은행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올 2월 은행권과 간담회를 진행한 뒤 상담원 고객응대 체크리스트를 정비해 예금주 상태에 따라 적절한 안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금감원은 올해 1분기 안에 은행권과 협의해 예금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은행권 공통의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에게 가족이 없는 경우 은행 직원이 직접 병원을 방문해서 확인한 뒤 병원비 자동 이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은행에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재직증명서·급여명세서·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등 각종 증빙 서류를 제출하는 절차도 간소화된다.

앞서 정부는 대포통장(명의 도용 통장)이 개설돼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2012년부터 은행들이 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 가운데 고위험군을 선별해서 증빙 자료를 받을 수 있게 해왔다. 미성년자, 한달에 2개 이상의 계좌를 개설하는 사람, 국내에 주민등록을 하지 않고 여권만 소지하고 있는 외국인 등이 이러한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은행들이 모든 고객에게 증빙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요구 자료도 은행마다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중 은행은 계좌 개설 시 재직증명서·근로계약서·고용주 사업자등록증·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급여명세서·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 등을 요구한 반면, 다른 인터넷전문은행은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와 근로계약서·고용주 사업자등록증만을 요구하기도 했다.

당국은 1분기 중 각 은행이 다수의 증빙자료를 요구하고 있는 업무처리 방식에 불합리한 점이 있는지 살펴본 후, 전 은행권과 협의하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계좌 개설 시 증빙자료를 과다·중복 요구하는 현행 방식을 간소화 할 예정이다.

감사원은 “금융소비자가 불필요한 부담과 불편을 겪는 사항이 있는지 상시 모니터링하고, 신속한 해소를 위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노력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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