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산업개발 회장, 작년 8월
“분식회계 빠졌다” 대표와 통화
공수처 “수사정보 유출 정황”
경찰, 지난달 배임혐의만 檢송치
경찰 고위 간부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 무마 대가로 억대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대우산업개발 A 회장의 통화 내용을 확보해 분석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A 회장은 통화에서 “경찰 전화를 받았다”면서 분식회계는 무혐의로 끝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 등을 했는데 공수처는 이를 수사 정보가 유출된 정황으로 보고 있다.
● 공수처, 수사 정보 유출 정황 통화 확보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김모 경무관을 수사 중인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송창진)는 대우산업개발 A 회장과 B 대표의 2022년 8월 통화 내용 등 주요 증거 분석을 마무리하는 대로 A 회장과 김 경무관 등을 불러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확보한 통화 내용에 따르면 A 회장은 “좋은 소식을 하나 전해드리겠다. 방금 경찰 전화를 받았다”며 말을 시작했다. 이어 B 대표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 후 “×××(사람 이름) 진술만 있고 아무것도 없다. 내가 먼저 다음 주에 조사받고 B 대표를 한 번 더 불러 조사하고 (분식회계 혐의 부분은) 무혐의로 끝낼 건가봐”라며 경찰 측으로부터 수사 정보를 들은 듯한 발언을 했다. B 대표가 “다행”이라고 하자 A 회장은 “경찰이 (분식회계 대신) 배임 쪽으로 더 포커스를 맞추는 모양”이라며 “그 내용도 무리 없이 될 것 같다”고 했다.
A 회장은 “본인이 서울로 영전했기 때문에 (주위에서) 눈치를 많이 볼 거다” “다음 주 조사받으러 가기 전에 보고받기로 했다” 등 경찰 내부 분위기도 언급했다. 공수처는 ‘본인’이 김 경무관을 뜻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김 경무관이 경찰 내부에서 A 회장의 수사를 무마하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 회장은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거론하면서 “분식회계 (혐의가) 없어졌다는 건 변호사에게는 티 내지 말고 가자”며 변호인에게 경찰 수사 정보를 들었다는 걸 숨기자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경찰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의 고발로 시작된 1년여 동안의 관련 수사를 마치고 지난달 23일 A 회장과 B 대표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배임 혐의는 A 회장과 B 대표 모두에게 적용했고, 분식회계 혐의(외부감사법 위반)는 B 대표에게만 적용했다.
● 수사 무마 명목으로 억대 금품 건넨 혐의
A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강원경찰청에서 근무하던 김 경무관에게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의 수사를 무마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3억 원을 건네기로 약속하고 실제로 1억2000만 원의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평소 친분이 깊던 금융범죄수사대 관계자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21일 김 경무관의 서울경찰청 사무실과 대우산업개발, 관련자 주거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출범 2년여 만에 처음 착수한 인지수사다. 김 경무관에게는 강제수사 착수 직후 대기발령 조치가 내려졌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이 한 납품업체 대표를 통해 A 회장 등 대우산업개발 고위 임원들을 직접 만난 것으로 파악했다. A 회장은 김 경무관과 세 차례 직접 만났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는 A 회장과 김 경무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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