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 최대 52시간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한다. 근로자들이 바쁠 때는 1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장기 휴가 등을 이용해 쉴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담긴다.
고용노동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방안의 핵심은 11시간 연속휴식권을 보장하면서 일주일 최대 69시간까지 근무하는 방안 혹은 휴식권 보장 없이 최대 64시간까지 근무하는 것이다.
주 52시간제로 대표되는 현행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규제가 노사의 수요를 반영하지 못하고, 일이 몰릴 경우 유연한 대응이 어렵게 했다고 봤다.
개편안은 주 단위로 관리되던 연장근로시간을 노사가 합의할 경우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1주일 기준 12시간 단위로 제한되던 연장근로시간을 월 52시간(12시간×4.345주) 등 총량으로 계산해 특정 주에 집중적으로 근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퇴근 후 다음 일하는 날까지 11시간 연속휴식은 보장하기로 했다. 남은 13시간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4시간마다 30분씩 주어지는 휴게시간 1시간30분을 빼면 하루 최대 근로시간은 11시간30분, 휴일을 제외한 주 6일 최대 근로시간은 69시간이 된다.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을 따르지 않을 경우에는 주 64시간으로 상한을 잡았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분기 이상일 경우에는 연장근로 총량이 감축되도록 설계했다. 월 단위 연장근로시간이 주 평균 12시간인데 ▲분기는 주 평균 10.8시간 ▲반기는 주 평균 9.6시간 ▲연은 주 평균 8.5시간으로 점차 줄어드는 식이다.
또 분기 단위 이상으로 연장근로 관리 단위가 길어지더라도 산재 과로인정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은 넘지 못하도록 했다.
고용부는 연장근로 관리단위·유연근로제 도입 등 근로시간을 ‘선택’할 때 다양한 근로자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근로자대표의 선출절차를 규정하고, 근로자대표의 활동 보장, 권한·책무 등도 규정했다.
근로자 휴게시간 선택권도 강화한다. 1일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하면 퇴근할 수 있는 절차도 신설할 예정이다.
정확한 근로시간을 토대로 ‘일한 만큼 보상’ 받을 수 있도록 근로시간 기록·관리 강화, 포괄임금·고정수당 오남용 근절을 포함한 종합 대책도 이달 중 발표한다.
또한 정부는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고자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시간으로 저축해 휴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밖에 선택근로제를 확대하고 탄력근로제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안, 재택·원격근무를 확산하는 방안 등이 함께 추진된다.
정부는 이날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정식 장관은 “이번 정부 입법안은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라며 “선택권과 건강권·휴식권의 조화를 통해 실근로 시간을 단축하고 주 52시간제의 현실 적합성을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편안이 현장에서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점 잘 알고 있다”며 “개편안이 당초 의도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권리의식,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감독행정, 세 가지가 함께 맞물려 가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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