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피해 경험 대학생 54% “극단적 선택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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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6일 0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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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애리 순천대 교수 연구팀 등 대학생 1030명 대상 설문·연구
“만 18세 이전 학폭 피해 경험 있는 학생, 극단적 선택 시도 가능성 2.5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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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학교폭력(학폭) 피해를 경험한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폭을 경험한 학생이 극단적 선택을 실제로 시도할 가능성은 학폭 피해를 겪지 않은 학생들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박애리 순천대학교 교수와 김유나 유한대학교 교수 연구팀은 한국청소년학회가 발간하는 ‘청소년학연구’ 최신호에 이러한 내용의 ‘아동기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초기 성인기 심리정서적 어려움 및 극단 선택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진은 2020년 9월 전국의 만 19세 이상 27세 미만 대학생 1030명(남성 516명·여성 514명)에게 학폭 피해 경험과 극단 선택 생각·시도 여부 등을 물어 답변을 분석했다. 여기서 학폭 피해는 만 18세 이전 주위 아이들에게 신체적 폭행·놀림·위협을 당하거나 금품을 빼앗긴 경험 등을 모두 포함한다.

설문 대상자의 34%(353명)가 아동기에 학교에서 언어·신체적 폭력과 괴롭힘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폭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대학생의 54.4%(192명)는 극단 선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13%(46명)는 극단선택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학폭을 경험한 적이 없는 대학생 677명 가운데 극단 선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36.2%(245명), 극단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5.2%(35명)였다. 모두 학폭을 경험했다는 대학생보다 적었다.

또 응답자의 연령, 성별, 가구 소득 등 인구 사회학적 요소를 통제하고 다시 분석한 결과 학폭 피해를 경험한 대학생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극단 선택을 생각할 가능성이 1.92배, 극단 선택을 시도할 가능성이 2.55배 높았다.

학폭 피해자는 우울 점수도 높고 심리적인 이유로 통증이나 어지러움 등이 생기는 신체화 증상도 더 많이 호소했다.

연구진은 “지금까지 학폭 피해 경험과 관련한 국내 연구들은 대부분 아동기에 국한해 살펴봤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심리·정서적 악영향이 이어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폭을 다루는 데 있어 가해자에게 얼마만큼의 처벌을 내리느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학폭 예방을 위한 좋은 처방이 될 수 없다”며 “피해자가 뒷전이 되지 않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학교폭력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학교사회복지의 접근이 필요하며, 학교에서 사회복지사를 통한 학교폭력에 관한 전문적인 개입을 위한 제도적 마련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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